전체기사

2024.09.29 (일)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문화

그 많던 이발소는 다 어디로 갔을까?

URL복사


그 많던 이발소는 다 어디로 갔을까?


고속성장의 그늘과 상실에 대한 연극 ‘이발사 박봉구’



력적인 창작극 한편이 입소문을 타고 관객 몰이를 하고 있다.
동숭아트센터의 야심작 ‘이발사 박봉구’가 그것. 이 연극은 영화처럼 컨셉과 소재 선정을 먼저하고 수 차례 회의를 거쳐 대본을 짠 뒤, 스탭과
배우를 모은 ‘사전제작시스템’의 첫 작품이다. 그만큼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뜻으로 ‘야심작’이란 표현을 쓸만하다.

‘이발사 박봉구’는 제목만으로도 관객에게 이발소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큰 거울에 세면대, 단순한 원목 선반, 복제된 명화 정도가
유일한 장식품인 그곳. 하얀 가운을 입은 이발사는 ‘헤어디자이너’처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묵묵하고 성실한 외모다. 하지만, 이처럼 수수하고
평온한 이미지의 이발소는 추억 속에서만 아련히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공간이다.


변절을 강요하는 세상

소멸해 가는 이 시대의 이발소처럼, ‘이발사 박봉구’는 한마디로 ‘상실감’에 대한 연극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주 깡촌에서 이발사인 아버지를
보며 자란 박봉구는 이발은 용자(용모와 자태)를 다듬는 신성한 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훌륭한 이발사를 꿈꾼다. 우발적인 살인으로 11년간의
복역 후 출소한 박봉구는 세상이 급속도로 변했음을 깨닫지 못한다. 박봉구는 여전히 최고의 이발사를 꿈꾸며 미희이용원에 취직하지만, 퇴폐이발소인
그곳에서 이발사는 전혀 필요 없다. 박봉구는 자신에게 닥칠 시련을 ‘가위로 자르고, 바리깡으로 밀어내겠다’는 뚝심으로 꿈을 키워나가지만
세상은 냉혹하기만 하다.

박봉구의 삶은 비극적이고 처절한 결말로 치닫는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과 주인공의 절규가 직시하기 고통스러울 만큼 슬프고
답답하지만, 양념 같은 유머와 주옥같은 몇몇 대사, 훌륭한 연기 등 윤활유가 될만한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해 대중성을 확보했다. 주제도 공감의
폭이 넓다. ‘꿈의 좌절’은 인생에서 대부분 맛보는 패배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불의와 타협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의
생존방식에 비애를 느껴보지 않은 서민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성장일변도의 세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구라는 별에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어”라는 박봉구의 대사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발맞추어야 하는 도시인들의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인간미를 버리고 속도와 물질만 쫓아가는
현대인들은 모두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셈. 박봉구는 따라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도식적 해석, 연기가 보완


수족관에 갇힌 채 방치된 메기, ‘앵두와 순이’ 전설, 혹독한 겨울을 피한 동면, 술집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르는 환상에 빠지는 장면
등 문학적인 상징과 설정도 돋보인다. 극단적인 내용이지만 서사적 연결과 배치에 공을 들여 작위적인 느낌도 거의 없다. 하지만, 신 개념
스타일리스트를 이질적인 존재로 그려낸 부분은 주제에 대한 해석이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퇴폐이발소와는 달리, 이발의
형태와 개념이 바뀌는 것 자체를 덮어놓고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비를 통해 메시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겠지만, 옛것과 새것을 선과
악처럼 선을 그어버리면 많은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박봉구 또한 빌딩과 주식회사라는 현대적이고 물질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주로 가자는
은영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가.

초점은 앞만 보고 달린 사이 소중한 가치들을 잃고 있다는 것인데, 박봉구의 꿈과 집념을 거듭 강조한데 비해 아름다운 ‘옛것’에 대한 상기는
부족한 편이다. 빠르게 변하는 불순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만 고집하다 패배하는 한 인간의 비극적인 삶은 비장미가 넘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상실한 가치’ 자체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 시절 이발소가 가져다주던 훈훈하고 소박했던 정서를 떠오르게 할
것”이라는 홍보문구는 극의 구조 속에서는 적극적으로 실현되지 못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을 한가지 더 지적한다면, 꿈의 좌절이나 고도성장의
이면에 상처받는 인간상 등은 소설과 영화에서 너무 많이 반복된 주제라는 것도 감동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허점에도 불구하고 ‘이발사 박봉구’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특히 연기자들의 열연이 연극을 빛내고, 감정이입을 유도하는데 한몫
한다. 주인공 박봉구를 맡은 정은채의 인물 묘사는 탁월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알려진 박원상의 양아치 연기와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끌어낸
오용의 감칠맛 나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여주인공 심은영을 맡은 신인 이승비도 매끄럽게 역을 소화했다.









인 터 뷰

“박봉구는 싫다. 나와 너무 닮아서”


꿈을 좇는 우직한 청년으로 분한 배우 정은표의 ‘연기 열정’


순박하고
친근한 외모로 무대와 텔레비전, 스크린을 넘나드는 배우 정은표(36). 최근 ‘행복한 장의사’ ‘유령’ 등의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얼굴이 많이 알려졌지만, 연극판에서는 1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극반을 담당했던
여선생님의 미모에 반해 연극을 시작했다는 그는 ‘백마강 달밤에’‘비닐하우스’ ‘태’ 등 20여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세상에 순응할 줄 모르고 한 가지 꿈에 집착하는 박봉구가 나와 너무 닮아서 한편 탐탁하지 않아요” 그는 주인공 박봉구에게서
20년 넘게 연기만을 고집해왔던 자신을 보았다고 한다. 객관적인 잣대로는 배고프고 고달픈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명시절은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힘들지 않았어요. 행복한 시간이었죠. 흐트러지지 않고 중심을 지키고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내 연기에 만족한 적 없다”

영화 ‘킬리만자로’로 작년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개봉예정작 ‘4발가락’ ‘내추럴시티’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 출연중이다. 이처럼 다작에 방송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었던 그는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나 역할이 있지 않을까? “다 좋아요”
그는 어떤 장르나 역이건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매체의 특성상 설레임은 연극무대에 섰을 때 가장 크다”며
첫사랑인 연극에 대한 애정을 엿보이기도 했다.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가 “한마디로 다른 건 볼 것 없고 연기력만 보이는 배우”라고 말했을 정도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그이지만, 정작 자신은 “단 한 번도 내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연기라는 것이 1, 2등도 완성품도 없는 것
아닙니까. 배우로서의 좌절감을 항상 느끼지요” 그래서 그는 앞으로도 “열심히 사는 것”만이 계획이다. 더 좋은 연기를 위해 끝없이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이외에 ‘눈에 보이는’ 목표가 하나 더 있다면, 결혼이 아닐까. “예전에는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돈이 없었죠. 제가 촌놈이라
책임감이 강하거든요. 지금은 책임은 지겠는데 여자가 없네요”라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그는 “내일 공연에 선생님이 오신다”며
들떠있었다. 선생님이란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끈 미모의 연극반 교사를 말한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한동훈, 강화군수 보선 지원사격...탈당 후 출마 안상수에 “복당 없다”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10.16 재보궐선거 지역인 인천 강화군을 찾아 군수 후보로 출마한 박용철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한 대표는 이날 인천 강화군에서 열린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강화 주민의 삶을 더 개선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오신 것 아닌가. 저도 그렇다"며 "우리 당에서 강화의 일꾼으로 여러분을 위해서 함께 일할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주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는 것의 출발을 강화에서 하겠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민의힘이 어떻게 해야 강화의 힘이 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실천하겠다. 반드시 약속을 지키고 강화 주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그는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겨냥해 "경선의 기회가 있는데도 당을 탈당해서 출마한 경우에 그건 주민들의 희망을 저버리는 행동이다. 명분없는 행동"이라며 "제가 당대표로서 이렇게 말씀드린다. 복당은 없다"고 말했다. 강화군은 국민의힘이 강한 지역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안 전 시장 출마로 보수 표가 양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화를 지역구로 둔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러가지 사업을 누가 하나"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서울대병원, 후원인과 함께 더 나은 미래 논의해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서울대병원 발전후원회(회장 오병희)는 지난 25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2024 서울대병원 발전후원의 밤’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의 부제는 ‘하나의 마음으로, 더 나은 세상으로’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선도하고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함께 노력해 온 후원인들에게 서울대병원의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개최됐다. 행사에는 오병희 서울대병원 발전후원회장,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을 비롯해 250여명의 후원인과 사회 각계 대표들이 참석해 나눔의 가치를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1막 행사는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와 하피스트 우지현의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이어 오병희 발전후원회장과 유홍림 총장은 “대한민국 미래의료의 새 지평을 여는 데 있어 후원인의 나눔과 지지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어지는 2막 행사에서는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이야기 하다’는 부제로 타운홀 미팅이 개최됐다. 질의응답 형식으로 후원인들에게 서울대병원의 교육·연구·진료·공공의료 현황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나아가 국민 건강을 수호하는 국가중앙병원 역할에 대한 서울대병원의 의지를 다지는 뜻깊

문화

더보기
'문화예술 in 골목상권 프로젝트’... ‘남이동길’에서 느끼는 예술의 향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남이동길에서 ‘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화예술 in 골목상권 프로젝트 ‘Närt문화살롱’은 서대문구 남가좌 생활상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재미진동네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주민이 다양한 예술인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예술을 매개로 네트워킹을 형성해 지속적이고 특색있는 ‘남이동길’만의 예술문화를 조성하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다회차로 나눠 진행되는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7월~8월 #1 프로그램과 #2 프로그램을 마쳤으며, 9월부터 10월까지 #3 프로그램과 #4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Närt 문화 살롱 #3 프로그램은 ‘Närt 화요 미식회; 예술 한 조각, 대화 한 스푼’이라는 주제로 9월 24일부터 10월 22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5곳의 상점에서 5회차에 걸쳐 강연을 진행한다. 강연 장소와 주제는 △1회차 ‘선휴커피’에서 ‘건축가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남이동길’(건축가 김은경 소장) △2회차 ‘조조갤러리’에서 ‘K-pop과 엔터테인먼트 시장’(배드보스 컴퍼니 조재윤 대표) △3회차는 ‘노잉로스팅 하우스’에서 ‘사진과 영상예술’(사진작가 송길수) △4회차는 ‘썬공방’에서 ‘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양 진영 단일화 성공 이제는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단일화후보로 추대된 조 후보는 “조희연표 교육정책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인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의무와 책무는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권이 살아야지 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2단일화 기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날 통대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하고 중도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전 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