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무(無)항생제 인증' 축산물에 항생제 등의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하는데 사실상 제약이 없고 실제로도 일반축산물과 유사한 정도로 약품이 사용되고 있어 소비자를 기만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축산물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총 16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30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무항생제 축산물은 도축 전 약품 투여가 금지되는 '휴약기간'만 일반축산물의 2배를 지키도록 돼 있을 뿐 의약품 사용에 사실상 제약이 없다. 관련 법규상 수의사로부터 처방전만 발급받으면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이나 '일반 동물용의약품'을 일반축산물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무항생제 인증 농가가 사육하는 소와 돼지를 대상으로 잔류물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축산물 농가(0.14%)보다 낮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0.05%(19마리)에서 유해잔류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구·경북 소재 한우(韓牛) 농가를 표본조사한 결과 일반축산물 농가의 동물의약품 구입비용은 마리당 6989원인 반면 무항생제 인증 농가는 마리당 1만1325원으로 약품 구입에 더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무항생제 축산물의 경우 관련 법규상 항생제 등을 사용하는 데 사실상 제약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일반축산물과 유사한 정도로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는 의미의 무항생제를 사용하면 소비자의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한우가 무항생제 인증을 받기 전에 무항생제 인증 농가에서 최소 12개월 사육토록 한 '전환기간'을 어기거나 의약품 투여를 금지하는 휴약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이 경북 소재 67개 무항생제 인증 농가에서 들여온 일반한우 442마리를 점검한 결과 5개 농가에서 일반한우 10마리를 평균 36일만 사육한 채 무항생제 축산물로 출하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16개 시·도의 22개 인증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휴약기간 점검에서는 4개 농가가 수의사 처방전 없이 동물용의약품을 투약하면서 휴약기간 요건도 준수하지 않은 채 한우와 돼지, 산양 등을 출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명이 실제와 부합되도록 용어를 변경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토록 했다. 무항생제 축산물 전환기간과 휴약기간을 어긴 농가들에 대해서는 인증을 취소하는 등의 제재조치를 취하라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동물용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농식품부가 도입한 '수의사 처방제'와 관련해 합리적으로 대상 의약품을 재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가 2013년 8월부터 97개 성분의 동물약품에 대해 수의사 처방제를 시행하면서 정작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성이 큰 페니실린 등 8개 항생제는 제외한 반면 판매가 중단되거나 사실상 처방전이 필요없는 긴급방역용 동물약품을 대상 약품에 선정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동물용 사료에 대해 지정한 잔류 농약 검사품목도 부실하게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지정한 국제기준인 코덱스(Codex)는 99개 농약을, 가까운 일본은 68개 농약을 지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32개의 농약만을 검사대상 품목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덱스와 일본이 모두 검사대상으로 지정한 아세페이트 등 18개 농약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검사대상 품목에서 제외돼 유해 사료가 수입되더라도 적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쇠고기이력관리시스템' 등 관련 시스템들 간 연계 미비로 축산물 잔류물질 위반 농가에서 2012년 이후 다른 농가로 양도해 출하한 299마리의 축산물이 규제검사 없이 시중에 유통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