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카드 소액결제 확산으로 카드결제 승인 업무를 대행하는 밴(VAN)사의 이익 규모가 최근 2년간 두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는 카드결제 승인 때 건당 100원의 수수료를 밴(VAN)사에 '정액제' 방식으로 지급한다. 소비자가 카드로 100만원을 결제하든, 1000원을 결제하든 밴사가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동일하기 때문에 소액결제가 늘어날수록 밴사의 수익성은 좋아진다.
15일 8개 주요 밴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033억19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총 당기순이익 568억7710만원보다 약 두 배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789억1794만원에서 1조1345억7928만원으로 2556억6134만원(29.08%) 늘었다.
특히 나이스정보통신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194억8252만원(185.67%), 한국신용카드결제는 29억9562만원(1250.41%)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밴사의 매출과 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소액결제 확산으로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신용·체크카드 평균 결제금액은 4만8817원으로, 지난해 5만원대에서 4만원대로 떨어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정훈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4%대에 불과했던 1만원 미만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최근 40%까지 확대됐다"며 "만원 미만의 소액 결제는 현금으로 내던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1000원을 결제하면서도 신용카드를 쓴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정액제'이기 때문에 결제 건수가 많아질수록 밴사의 이익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카드를 중심으로 카드업계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밴사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난달 신한카드와 거래하는 모든 밴사에 정률제 전환을 공식 제안했고, 현재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협상이 진전되면 이르면 7월부터 일부 밴사와 변경된 정률제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밴사 관계자는 "정률제 전환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라며 "카드업계와 최대한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한카드와 밴사는 모든 카드결제에 대해 정률제를 도입할지, 소액·고액 결제 구간별로 분리 적용할 것인지 등을 논의 중이다.
이처럼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주도적으로 정률제 변경을 추진하고, 7월부터 금감원이 밴사를 직접 감독·검사할 수 있게 되면서 정률제 전환이 카드업계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국민·현대카드 등도 정률제 전환을 검토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가 정률제로 전환한다면 이에 카드업계도 공동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