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한국 증시가 모처럼 순풍의 '봄날'을 구가하고 있는듯 보인다.
14일 코스피 지수가 3년 8개월 만에 '마의 벽' 2100선을 돌파, 전 거래일(2098.92포인트) 보다 12.80포인트(0.61%) 오른 2111.72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100선을 넘어선 것은 2011년 8월 2일(종가 기준) 2121.27을 기록한 이후 44개월 만에 처음이다.
증권업계에선 코스피가 이르면 올 상반기에 2200선을 넘어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조용준 리서치 센터장은 "저금리, 저유가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이라는 호재도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는 점이 최근 코스피 강세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상승과 조정을 반복하겠지만, 상승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1년 상반기와 다른 점들은 무엇일까.
우선 유럽 등의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바이 코리아 현상'으로 나타나는 건 2011년 증시 상승기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지만 외국인 순매수 금액에서 3배나 많을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5월 2일까지) 코스피시장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은 1조3820억원, 올해(4월 13일까지)의 경우 4조80억원을 사들였다.
증시 주변 자금이 2011년와 비교했을 때 크게 늘어난 점도 또 다른 차이점이다.
'주식 매입 대기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올해의 경우(4월 10일 까지 일평잔) 17조1260억원으로, 2011년(최고치를 기록한 5월 2일까지 일평잔) 15조6790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또 다른 증시 주변 자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순자산총액도 101조5010억원으로, 2011년의 64조662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반면 주식형펀드 잔고는 올해 79조5170억원으로 2011년 100조6440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해 예금 금리도 1%대로 떨어지자 주식 등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 남찬우 홍보팀장은 "2011년 주가상승기에 비해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시중 유동자금(MMF)과 고객예탁금이 크게 증가한 반면 주식형펀드 잔고는 큰 폭으로 감소해 펀드 환매부담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2011년 주식상승기 때와 구별된다.
2011년 주가상승기 당시(5월 2일 기준)엔 독일(Euro STOXX50)과 일본(NIKKEI225), 중국(상하이종합) 증시가 각 5.97%, -3.78%, 2.8%를 기록했지만 올해(4월 13일 기준)는 각 21.96%, 14.34%, 23.02%를 기록했다.
이 밖에 한국에 대한 평가도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른바 3저(低) 효과(저유가,저원화가치,저금리)로 국내 기업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피의 뚜렷한 강세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추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중국 중앙은행까지 가세한 글로벌 양적 완화가 우리 증시를 밀어올리는 효과가 올 상반기까진 이어지겠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질 경우 조정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KDB대우증권 안병국 리서치 센터장은 "경제 펀더멘털로 보면 시장이 강하게 좋아질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라면서 "그럼에도 지수가 올라가는 것은 유동성, 즉 '돈의 힘'에 의한 것인데 유동성 장세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