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한국에 대한 유쾌한 도발
문화건달 스콧 버거슨이 쓴 <발칙한 한국학>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한국 언론들이 나에게 접근하는 태도이다. … (한국 언론의) 첫째 관심은 외국인에게서 한국 문화가 굉장히 멋지고
위대하다는 인정을 받아내는 데만 있다. 게다가 나는 백인이고 미국인이니까 훨씬 그럴듯하지 않은가.”
혼자서 만들어 파는 잡지 <버그(Bug)>의 발행인 스콧 버거슨 씨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발칙하게’ 헤집고 다니며 쓴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발칙한 한국학>.
버거슨 씨는 ‘이상함이 넘쳐흐른다’며, 한국 사회가 겉과 속이 다름을 은근슬쩍 빈정거렸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이지만,
사람들은 열렬히 새 것을 숭배한다. 한국은 예의범절을 엄격하게 강조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길거리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마구 밀치며 지나가고
발을 밟는다. 노인들은 상당히 복잡한 체계를 지닌 한국어의 높임말에 따라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마구 화를 낸다.”
또한 <발칙한 한국학>에는 우리 민족이 유태인이라고 주장하는 <조선과 열 번째 유태족>(1879), 와 보지도 않고
쓴 한국 여행가이드 <진기명기 조선>(1895) 등 그야말로 이상한 내용이 담긴 책들이 다섯 권 소개돼 있다. 버거슨 씨는 이러한
도서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체하는 책들이 눈감아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보는 외국인의 다양한 시선 담아
한국에는 로버트 할리나, 이다도시처럼 TV에 출연하는 외국인만 사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한반도 곳곳에 수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다. 다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뿐이다. 버거슨 씨는 한국의 텍사스촌 부산, 또 하나의 세계 이태원, 리틀 마닐라 대학로, 한국의 차이나타운 인천
등을 두루 돌아다니며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만나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을 한 권의 책 속에 담았다.
마지막 장(章)에는 버거슨 씨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인터넷에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 토론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들은 인종 차별과 이주노동자
문제 등을 통해 한국인이 지닌 편견과, 가치판단의 이중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내가 백인종이 아니기 때문에 ‘진짜’ 미국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몇몇 한국인이 싫다(케이트).” “한국에는 나를 포함해 18만의 불법 체류 노동자가 있는데, 우리는 모두 한국 헌법의 보호에서
제외된다(유다).”
<발칙한 한국학>은 외국의 명성 높은 지식인이 우리나라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한 논문은 아니다. 정확한 통계와 권위 있는 자료가
인용되지도 않았다. 오직 문화건달 버거슨 씨의 인터뷰와 체험담으로만 구성돼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우리
스스로 한국사회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작은 단초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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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순 기자 blue@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