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김건 전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향년 86세 숙환으로 별세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씨의 막내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1988년 3월부터 1992년 3월까지 17대 한은 총재를 역임했다.
그는 정부의 입김이 강하던 한은 독립의 기틀을 놓았다는 평을 받는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촉발된 민주화 바람이 한국 사회에 거세게 부는 가운데 한은 독립 100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김 전 총재가 취임 첫해 이끈 서명 운동 이후 한은 독립 여론이 조성됐으며, 이 여론은 1997년 말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그는 당시 재무부 장관이 한은 내부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을 맡는 것에 대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겸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김 전 총재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51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조사제1부장과 이사, 부총재와 은행감독원장 등을 거쳤다. 44년간 한은에 근무한 정통 한은맨이다.
고인은 재임 중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도 격동의 1980년대에 부임한 한은 총재로는 유일하게 4년 임기를 채웠다. 총재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한국은행 고문으로 있다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광일씨와 아들 재민(동의대 교수), 성민(KAIST 경영대 교수), 황민(연세대 원주의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1일. 장지는 천안공원이다. 02-3410-3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