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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땀방울로 맺은 매듭 인생 3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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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로 맺은 매듭 인생 36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13호 매듭장인 김은영 선생












지난 월드컵을 통해 한국인은 하나가 되는 벅찬 일체감을 경험했다. ‘민족’이라는 단어가 이처럼 뜨겁고
생생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을까.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한국인에게 민족과 전통의 개념은 일대 전환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지는 우리것에 대한 열풍과 애정을 이어가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전통문화 관련 기획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로
이 땅의 문화를 계승하고 창조한 사람들, 한국의 장인을 만났다. <편집자주>


려하면서도 단아하고, 섬세하면서도 깔끔한 매듭 작품들은 김은영 선생(60)의 성품을
그대로 대변해준다. 작품과 작가가 이처럼 절묘한 경우도 흔치 않을 듯. 선생의 자택도 한폭의 그림 같다. 아니, 아예 미술관이 집이다.
선생의 자택은 서울시 성북구 소나무가 울창한 간송미술관 내에 있다. 고 간송 전형필 선생의 며느리이기도 한 김은영 선생의 작품은 이처럼
풍족한 ‘예술적 환경’에서 싹텄다.

선생이 매듭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렸을 때부터이다. 아버지 김광균 시인을 따라 인사동 골동품 상가를 자주 방문했던 선생은 전통미에 대한
안목을 타고 받았다. 골동품 가게 주인들은 선생에게 노리개를 선물하곤 했는데 어린 나이에도 매듭의 아름다움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매듭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66년 남편 전성우 화백과 약혼하고 결혼하기 1년전이다. 우연히 신문에서 무형문화재 기사를 보고 매듭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선생은 은사인 김희진 선생(중요 무형문화재 22호)을 만나 매듭 수업을 받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잠시 손을 놓기도
했지만, 71년부터 실을 염색하고 끈목을 짜서 매듭을 맺는 전 과정을 본격적으로 전수 받았다.

정작 매듭을 맺는 마지막 과정은 수월하다고 할만큼 매듭의 절차는 복잡하고 까다롭다. 선생은 “실을 염색하여 짜서 끈목과 술을 만들어 매듭을
짓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과 정성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매듭이 실생활에 널리 쓰였던 예전에는 염색장과 끈목장 등 분야별로 전문가가
있었다. 그만큼 한 과정 한 과정에 장인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손끝 매운 한국인, 정교한 매듭에 ‘딱’

종가집 맏며느리로 4남매를 키우면서 이처럼 힘겨운 작업을 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아버지의 힘이 컸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공부까지 병행하게
되었을 때에는 너무 고단해서 “그만하고 싶다”고 아버지께 토로하곤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자기발전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타일렀다.


물론, 36년동안 매듭을 놓을 수 없었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매듭에 대한 선생의 애정 때문이다. 미술을 전공한 선생은 원래 예쁜 것,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지만 매듭은 특히 강한 매력으로 선생을 사로잡았다. “하얀 명주실이 아름다운 색으로 염색되어져 나오는 염색단계부터,
끈목을 짜고 매듭을 맺는 전 과정이 시간을 역행하는 작업이에요 육체적 작업도 어렵지만,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참을성도 강해야 합니다. 작품은
이것을 극복하고 이루어낸 성과인 만큼 그 성취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예쁜 매듭이 완성되면 정말 흐뭇하죠”

현대 실생활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는 점 또한 매듭장으로서 보람을 더욱 크게 한다. 선생은 매듭이 한국인에게 관련이 깊다고 강조한다. 중국이나
일본에도 매듭은 있지만 한국의 매듭 만큼 발달하지는 못했다. 추정에 의하면 삼국시대부터 매듭이 존재했다. 끈장식은 벽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옷의 잠금으로, 주머니, 노리개에 사용된 무수한 용도의 매듭을 떠올리면 매듭이 한민족에게 필수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종류만해도
40-50가지가 넘고, 섬세함이나 정교함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가는 젓가락을 사용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우리 민족은 유달리 손끝이 예민한 것 같아요. 세계적인 외과 의사도 한국인이
많지 않습니까” 선생은 한국인들은 80% 이상이 매듭 공예를 무난히 학습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손놀림에서 확실히 더뎌 쫓아오지 못한다며
한국인의 타고난 ‘매운 손’을 높이 평가했다.



매듭사랑, 제자사랑으로 이어져

선생의 손재간은 매듭에 국한되지 않는다. 요리 솜씨 또한 유명하다. ‘전통 매듭’ ‘우리나라 매듭’ ‘매듭’ ‘한국의 전통’ 등의 매듭
관련 서적에 이어 선생은 요리책 ‘엄마가 주는 숨은 요리법’ ‘성북동 김은영 선생의 가정요리’를 내기도 했다. 친정인 개성과 시댁인 서울의
요리를 두루 답습한 선생은 손님상을 차릴 때마다 요리법과 손님 명단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자”고
끈질기게 졸라서 결국 요리책을 내게 되었다. “이왕 딸과 며느리에게 전수할 기록이면 예쁘게 책으로 주면 좋지 않느냐라는 설득에 넘어갔는데
부끄럽다”고 겸손해하지만, 이미 선생의 요리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각종 상이란 상은 다 받았고, 외국 박물관에도 작품이 소장되어 있을 정도로 선생은 장인으로서 경지에 이른 상태다. 그래서인지 선생의 바람은
오로지 후학양성에 모아졌다. 현재 성균관대와 서울여자대학교 등에 강의를 하고 있는 선생은 “젊은 사람들이 전통미에 눈 떠가는 것이 보람있다.
많은 것을 전수해 제자들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힘이 되고 싶다”며 아낌없는 제자사랑을 표현했다. 땀방울로 맺은 36년의 매듭 인생을 선생은
‘후학양성’으로 ‘매듭’짓고 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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