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는 내가 쏜다”
최성국-정조국 “4년 뒤 연습생 신화 보라”
축구 변방 한국에게 이번 월드컵은 단연 ‘꿈의
제전’이었다. 16강도 확신할 수 없었던 한국팀이 일약 세계 4강으로 도약한 것. 주전 선수들은 지칠 줄 모르고 그라운드를 질주했고, 벤치에선
예비 선수 12명이 전의를 불사르며 사령관 히딩크의 출격 명령만을 기다렸다.
찰떡궁합 ‘투국스’
하지만 지옥 훈련을 누구 못지않게 성실하게 소화해냈던 최성국(19), 여효진(19·이상 고려대), 염동균(19·전남), 정조국(18·대신고)
등 월드컵 연습생들은 벤치조차 앉지 못한 채, 관중석에서 선배들의 날쌘 몸놀림을 지켜봐야만 했다. 월드컵 경기 출전 선수가 23명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 비록 이번엔 벤치에도 못 앉아 있는 신세였지만, 이들은 4년후 독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재현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예비 스타다.
최대 약점인 170cm의 작은 키를 뛰어난 드리블과 빠른 돌파력으로 극복해 낸 ‘리틀마라도나’ 최성국. 그는 올해 초 일본, 중국과의 청소년대표
평가전에서 잇따라 골을 터뜨리며, 당시 국가대표팀의 부진으로 허탈해하던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또 청소년대표팀 ‘투국스’의 다른 한축인 ‘작은 설기현’ 정조국도 183cm의 큰 키를 활용해 제공권에서 우위를 보이며 4월 중국전에서
결승골 포함 2골을 몰아쳐 스타 탄생의 서곡을 알렸다.
청소년대표 출신 수비수 여효진 역시 독일월드컵에서 ‘아시아의 리베로’ 홍명보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 야신상을 아깝게
놓친 이운재의 주전문지기 자리는 염균동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림자 스타, 독일선 우리가 빛
현영민(23·울산), 최태욱(21·안양), 차두리(22·고려대) 등 월드컵 엔트리에는 합류했으나, 주전 경쟁에서 밀린 신세대 축구선수들도
4년 뒤를 벼르고 있다. 이들은 비슷한 또래의 설기현(23·안더레흐트), 이천수(21·울산), 박지성(21·교토) 등에 밀려 월드컵 선발
출장이 좌절된 케이스.
이중 ‘폭주기관차’ 차두리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투지로 히딩크의 마음을 사로잡아 4강전에는 당당히 주전으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교한
슈팅력이 떨어지고 경험도 부족해 세계무대 위에 서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차두리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인상적인 오버헤드킥을 선보이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최태욱·현영민은 이렇다할 출전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좌(左)천수, 우(右)태욱’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히딩크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최태욱. 그는 올초 잇단 발목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고, 박지성과의 주전 경쟁에서도 밀려 줄곧 벤치를 지켰다. 최태욱에게 월드컵 기간 동안 주어진 시간은 3·4위전 15분.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기에, 4년 뒤 만개할 그의 기량에 더욱 기대가 쏠리고 있다. 35m에 이르는 롱 드로잉을 자랑하는
현영민도 경험만 축적된다면 독일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출중한 기량을 갖췄지만, 이번 월드컵에 아예 초대받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앙팡테리블’ 고종수(24·수원), ‘라이언킹’ 이동국(23·포항)이
대표적인 비운의 스타. 고종수는 정확한 슈팅력과 현란한 개인기로 축구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고, 이동국(23·포항)도 10대의 나이로
98년 프랑스 월드컵 스트라이커로 뛰며 일약 한국 축구계의 차세대 기둥으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히딩크식 빠른 축구에 대한 적응 실패로 인해 한일월드컵을 장외에서 묵묵히 지켜봐야만 했다. 이들은 7월 초 개막된 K-리그에서
자신의 부활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의 그림자 스타들이, 4년 뒤독일에서 빛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이원순 기자 blue@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