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재즈의 매력은 즉흥성이다." 드러머 박근혁이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재즈 프로젝트 '박근쌀롱'을 이끌고 있다.
"순간적인 직관을 표현하는 것이 재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말을 전하기 위해 사전에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 순간의 감정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4년 만인 20일 온라인에 공개되는 박근쌀롱의 정규 2집 '현재의 발견'에도 가닿는 이야기다.
'낮의 뜨거운 태양을 마주하기 힘들어 에스프레소의 농도를 강화하거나'(에스프레소맨), '밤이 길고 유난해 동트도록 술을 마시고'(괄라), '55번도로를 남쪽으로 달려 소백산을 오르는 순간'(55단양방면), 그리고 '강가로 나가 고요한 순환을 지켜보는'(강 흐른다) 등 찰나의 감정을 들려준다.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돌아가고자 노래하는 타이틀곡 '집으로'도 '날 기다리는 당신과 지쳐 돌아가는 나'의 지금이 안쓰러워 부른다.
총 11개 트랙 중 절반은 2011년 1집 '습관의 발견' 직후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후 작업이 늦어지면서 4년 만에 내게 됐다. 더구나 작년에는 큰 슬럼프를 겪었다. 박근혁 인생에 가장 큰 방황이었다. 연인과의 이별, 자신을 키우다시피한 할머니와 사별하면서 작곡은 물론 연주도 힘들었다. 음악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아프면서 더욱 성숙해진만큼 음악이 무르익었다. 그간 숙성시켜놓은 곡들을 위해 다시 중심을 잡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보다 남아 있는 선택지 중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됐다. "내 현재 모습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앨범 타이틀도 '현재의 발견'이다.
팬들의 응원도 한몫했다. '현재의 발견'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후원을 받아 제작됐다. 자금이 없는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이 크라우드펀딩이다.
"상암동에 북바이북이라고 작은 서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종종 공연을 했다. 운영하는 분이 내 음악을 좋아해줬다. 그 분이 펀딩을 추천해줬다. 정말 위로가 됐다. 누가 후원을 해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후원을 해줘서 놀랐다."
박근쌀롱은 이미 실력을 인정 받았다. 첫 정규앨범인 '습관의 발견'으로 2012년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 오버' 부문 최우수재즈 음반상을 받았다. 감성적인 재즈 언어가 높게 평가 받았다.
박근혁은 "상을 받고 달라진 점은 없다"며 웃었다. "상을 준 것 자체는 감사하지만 여러가지 시야에서 볼 때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이름이 알려져서 편해진 부분은 있는데 창작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드럼을 치면서 작곡을 하고 팀을 이끌어가는 건 흔치 않은 경우다. 박근혁 역시 "처음에는 불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인정했다.
지금은 장점이 더 많다고 본다. "피아노나 멜로디 악기를 다루는 분들은 테크닉이 좋다 보니 화성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단순하게 곡을 쓰기 힘들다. 반면 나는 음악학적인 접근에서 자유롭다. 한동안 나 역시 화성학 강의를 했는데 곡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더라.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 박근쌀롱의 음악이 편하게 귀에 감기는 이유다.
한국에서 소수의 장르인 재즈를 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결국 "답은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이라며 "기대를 하지 말되 애를 쓸 작정"이라는 마음가짐이다.
여력이 생기면 멤버들끼리 수익도 나눌 수 있도록 고정 멤버를 영입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그러면 "연주가 유기적이고 음악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며 눈을 빛냈다.
무엇보다 현재 음악을 해나가는 건 "보너스로 생각한다"는 자세다. "앨범을 폐기할 뻔 했는데 후원도 받고 다시 음악을 할 힘을 얻었다. 아직은 내 음악을 낼 만큼은 되는 것 같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과정 자체가 감사하다. 지금은 더 바라는 것이 없다." 박근혁의 '현재의 발견'이다.
'현재의 발견'은 23일 오프라인에 나온다. 발매 기념 콘서트는 30일 오후 8시 홍대 폼텍웍스홀. 배장은(피아노), 찰리정(기타), 조정현(트럼펫), 숀 펜틀랜드(베이스), 이호석(보컬)이 세션으로 힘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