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마술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흥행이 정말 부담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탤런트 유승호(22)가 11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조선 마술사'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대승(48) 감독을 비롯해 이경영(54), 곽도원(42), 조윤희(33), 고아라(25) 등 출연진이 자리를 함께 했다.
'조선 마술사'는 지난해 12월 전역한 유승호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 모든 운명을 거스르게 되는 이야기다.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 '가을로' '후궁: 제왕의 첩' 등을 연출한 김대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유승호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조선 최고의 마술사 '환희' 역을 맡았다. 환희는 평안도 최대 유곽 물랑루의 자랑이자 의주의 보배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2년이라는 시간을 다른 곳에서 보내고 나니까 '예전처럼 할 수 있을까' '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었고, 뭔가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다. 감독이 워낙 꼼꼼하고 세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 감독을 비롯해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영화의 제목이자 소재인 '조선 마술사'는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한 남사당패의 '얼른쇠'가 모델이다. 당시의 마술은 현대의 마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단순하지만 오히려 오직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닌 서민층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기능을 가졌다.
이 영화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흥미로운 '마술'이라는 소재를 사극이라는 장르와 연결시켰다.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볼거리와 스토리를 펼쳐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유승호는 '조선 마술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마술이라는 소재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는 것도 예쁘고 멋지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마술사 연기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마술은 처음 해봤다. 현대 마술도 몇 가지 나오는데, 그 마술을 하는 건 손에 익으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술사들의 특유의 제스처와 풍기는 느낌은 구현하기 어려웠다. 내가 단순히 몇 달을 연습해서는 그런 여유로움이 나올 수가 없더라. 그게 조금 어려웠다."
김 감독은 "유승호가 마술을 정말 잘했다. 영화를 보면 '저거 CG 아니야?'라고 하는 장면이 생길 정도로 잘했다"고 칭찬했다.
'조선 마술사'는 대략 1636년 병자호란 이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해 혹독한 전란에서 승리한 청나라가 정치적 볼모로 조선의 공주와 결혼을 요구하자, 청나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의순 공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효종의 양녀였던 의순공주의 기구한 삶에 김 감독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할 수밖에 없던 공주의 운명이 얼마나 슬프고 답답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영화로나마 공주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고아라는 '청명 공주' 역을 맡았다. 청나라의 11번째 왕자빈으로 혼례를 치르러 가던 중 환희를 만나 운명을 거스르는 캐릭터다.
첫 사극은 어려웠다. "사극이 처음이라 부담도 됐고 어려움도 많았다. 감독이 디테일하게 봐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완전한 정통 사극의 톤이라기보다 현대의 말과 자연스럽게 섞인 톤으로 이끌어줘 편하게 작품에 임할 수 있었다."
유승호는 "고아라가 너무 밝아서 좋았다. 예전부터 봐왔던 누나처럼 편했다"고 연기 호흡을 자랑했다. 고아라도 "둘 다 어렸을 때부터 작품을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편안하고 든든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경영은 청나라로 공주를 모시고 가면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사행단의 호위무사 '안동휘'로 분했다. 공주인 청명을 곁에서 지켜주는 충정의 캐릭터로 아버지 같은 마음과 신하의 마음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이경영은 "유승호의 군 제대 후 복귀작이라 운명적인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기자 부대로 연결이 돼 있다. 27사단 이기자 부대의 대선배와 졸병이다. 우리 사이엔 배우 한석규도 있다. 군을 넘나드는 의리"라고 공개했다.
곽도원은 과거의 원한으로 환희를 노리는 청나라 최고의 마술사 '귀몰' 역을 맡았다. 자신의 배역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린 아이들까지도 가차없이 희생시키는 잔인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조윤희는 환희의 어릴 적 의누이이자 침술과 언변, 미모까지 겸비한 눈먼 기생 '보음' 역을 맡았다. 환희의 최측근이자 매니저 같은 존재인 박철민과 공연마다 완벽한 무대를 만드는 무대감독 조달환, 물랑루의 차세대 유망주 장유상까지, 이들의 열연이 영화의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마술사의 복수극이 흥미진진하게 얹혀졌다"며 "운명을 바꾸는 사랑이야말로 큰 마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천한 신분인 마술사와 고귀한 신분인 공주가 마술처럼 사랑이 이루어져가는 이야기로 이들이 보여주는 가장 큰 마술이 '사랑'이다"고 밝혔다.
'국민 남동생'이었던 유승호가 '조선 마술사'를 통해 남자로 거듭나게 될지, 2015년의 대미를 장식할 화제작이 될지,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12월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