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날고 봉황이 운다
화려한 빛의 향연 ‘천하제일 중국 등축제’
스산한 가을밤, 호롱불 밑에서 외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던 어린 시절엔,
해가 기울면 집집마다 대문밖에 등을 걸고 길을 밝혔다. 눈 감고도 찾아올 그 길을 조심하라고, 어서 찾아오라고 골목길엔 초롱초롱 등불이
걸렸다.
눈부신 유리알 전구와 화려한 네온사인에 밀려 자취를 감춘 등불이 도심에 새롭게 태어났다. 서울 김포공항 청사 앞 1만 4,000여평의 잔디밭이
해가 지면 불야성으로 변모한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등불들이 용과 봉황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한ㆍ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천하제일
중국 등축제’가 11월 3일까지 찬란한 빛으로 진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불야성을 이뤘네
모양은 사찰의 일주문과 비슷하지만 외양은 화려한 장식과 붉은 빛으로 치장한 영빈문을 지나 행사장에 들어서면 진귀하고 화려한 조형물들이 교태
부리듯 관람객을 유혹한다. 학의 군무를 형상화한 ‘학무봉래’의 흰 빛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가장 먼저 잡는다.
학들의 군무를 뒤로 하고 왼편으로 들어서면 앞발을 고추세운 장룡(長龍)이 두 눈을 부라리고 있다. 막 뽑아낸 쇳물처럼 역동적인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는 ‘백미장룡’의 웅장함에 소스라치고, 길이만도 18.5m나 되는 용을 50여만 개의 누에집으로 만들었다니 장인의 지혜와 노고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장룡 뒤엔 사면이 불상인 사면불(四面佛)이 중생을 굽어살피듯 장엄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중국 서안 법문사에 놓여져 있는 불상을 소재로
해 만들어진 사면불상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불상은 360도 회전하게끔 돼 있는데 불법이 항시 중생을 굽어살핀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재미있는 것은 불상의 손가락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물방울이 닿는 사람에게는 복이 온다고 한다.
그 오른편엔 하늘로 오르려는 거대한 용이 18m 기둥을 휘감고 있는데 기둥 위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 화려해, 모양새가 장관이다. 수천 개의
자기로 만들어낸 잉어, 봉황, 용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약 10만개의 유리병으로 만들어낸 공작과 봉황의 고색 찬연한
불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변검과 기예단 공연도 볼거리
그 밖에 만리장성과 천안문 모형은 사람들이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들었고, 거북선과 서유기, 아라비안나이트,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쥬라기
공룡 등을 주제로 한 모형들도 전시해 놓았다.
특히 순식간에 얼굴의 가면을 바꾸는 쓰촨 지방의 전통가면술인 변검 공연과 10대들로 구성된 쓰촨성 바수(巴蜀)기예단 공연은 이번이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다. 공연은 1시간 20분씩 하루 세 번(저녁 7시, 9시, 10시 30분) 열린다.
행사장내에 음식점 등 휴식시설이 잘 정돈돼 있지 않았고, ‘천하제일’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러울 만큼 조잡한 조형물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공연과 행사장을 관심 있게 둘러보려면 3시간이 족히 걸리지만 화장실 찾기가 쉽지 않았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입장료는 어른 1만원. 초·중고생 8000원, 유치원생 6000원이며, 개장시간은 오후 5~12시다.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이나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행사장까지 걸어서 200m 정도 가면 된다. 승용차는 공항주차장을 이용하면 되지만 주차료를 따로 내야 한다.
문의 02-3661-3337
고병현 기자 sama1000@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