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수남 기자]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경제가 마비된 가운데, 각각 국내 재계 1위와 2위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실적이 지난해 이어 올해 또 엇갈렸다.
다만, 올해 상황은 역전됐다. 이 부회장이 선방한 반면, 정 부회장은 주춤한 것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55조원으로 전년 동기 52조3900억 원 보다 5% 늘고 영업이익은 3%(6조2300억원→6조4000억원) 증가하면서 전년 부진을 씻어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세계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으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지만, 지난해 반도체 경기 침체로 매출 230조4009억 원, 영업이익 27조7685억 원, 당기순이익 21조7389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5.5%(13조3705억 원), 52.8%(31조1182억 원), 51%(22조6060억 원) 급감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세계 반도체 경기 침체로 하락세가 점쳐졌지만, 삼성전자는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미미했고, 반도체의 경우 서버 수요가 늘면서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화상 회의와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확산 등이 반도체 수요를 주도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분기순이익을 집계하고 있지만, 전년 동기 5조436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삼성전자에는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반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자연스레 차량 판매가 감소한 것이다.
실제 그룹의 주력인 현대자동차의 1분기 세계 판매는 90만4746대로 전년 동기 102만1391대 보다 11.4% 감소해 국내 판매 -13.5%, 해외 판매 -11%로 모두 줄었다.
현재 현대차는 실적을 집계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할 경우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고급화와 친환경차 전략이 코로나19에 빛을 잃을 것으로 관망된다.
지난해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442만2644대를 팔아 전년보다 3.6%(16만6555대) 판매가 하락했지만, 정 부회장이 부가가치가 높은 차량 고급화와 친환경차 강화, 수출 지역 다변화 등의 전략으로 호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 105조7464억 원과 영업이익 3조6055억 원, 당기순이익 3조1856억 원이 전년보다 각각 9.2%(8조9338억원), 48.9%(1조1833억원), 93.7%(1조5406억원) 급증한 것이다.
이는 국내 10대 기업 가운데 유일한 상승세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들 업체는 28일 각각 5만100원, 9만32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최근 상승세를 이었다.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부문이 시장 전망치를 추월하면서 1분기 호실적을 주도했다”면서도 “2분기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이 반도체를 비롯한 여타 사업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차의 경우 1분기 제네시스 GV80, 신형 G80 등을 선제적으로 투입했지만, 코로나19 파고를 넘지 못했다”면서 “최근 강세는 신형 아반떼의 강세와 주요국이 수소경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이 용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부회장은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갱신한 반면, 이듬해 그룹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한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까지 실적 하락에 시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