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아프리카 가봉 인근 해상에서 해적 세력에 의해 피랍됐던 우리 국민 1명이 36일 만에 석방됐다.
9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달 3일 오전 가봉 인근 해상에서 납치됐던 50대 남성인 우리 국민 1명과 세네갈인 2명, 인도네시아인 3명 등 6명이 지난 8일(현지시간) 저녁 나이지리아 남부지역에서 풀려났다.
해적들은 새우잡이배 아메르제(Amerger) 2호와 7호를 납치한 뒤 선원 18명을 태우고 북쪽으로 항해하다가 12명을 선별해 석방하고, 한국인 등 6명을 억류한 채 선사와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피랍 선박은 프랑스인 선주의 세네갈 선적 소속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석방된 우리 국민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하며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이 마련한 안전 장소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며 "본인 의사에 따라 항공편이 마련되는 대로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세네갈·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5명을 나이지리아 주재 세네갈·인도네시아 대사관측에 안전하게 인계했다.
최근 가봉 해역을 포함한 기니만 인근 해역에서는 선박 납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위험 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 세계 해적 공격 162건 가운데 67건(41.4%)가 이 해역에서 발생했다.
가나, 토고,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기니만 연안국들이 대부분 취약국으로 해상 보안에 취약한 데다 어민들이 생계 차원에서 해적에 가담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소말리아해역에서 해적이 빈발했지만 이후 청해부대를 포함한 연합 해군이 활약하면서 해적들이 서부해역으로 이동하는 경향도 관측된다.
특히 나이지리아, 앙골라, 가나 인근 해역은 원유와 가스를 이동하는 선박이 많은 데다 세계적인 참치 어장으로 선박들이 모여들면서 해적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해상안전지원센터를 구성해 사고 예방을 위한 국제 공조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18년 3월 기니만에서 마린711호가 피랍돼 우리 국민 3명이 32일 만에 석방됐다. 리비아 해역에서는 2018년 7월 우리 국민 1명이 피랍돼 315일 만인 지난해 5월 석방됐다.
한편 정부는 피랍사건 발생 즉시 외교부 본부 및 주가봉대사관, 주나이지리아대사관, 주프랑스대사관에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와 현장대책반을 설치하고, 24시간 대응체제를 가동했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는 국민 안전 최우선 원칙과 납치 세력과 직접 협상 불가 원칙을 견지하면서 본부-공관-관계부처간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납치 세력과 석방 교섭을 진행한 선사 측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는 한편 피랍사고 관계국가인 가봉, 나이지리아, 프랑스 정부 등과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했다
정부는 피랍 국민의 가족과 수시로 상황을 공유해 왔으며, 석방 직후에는 가족과 통화할 수 있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내 가족들이 강한 인내심으로 정부와 선사를 믿고 지지해 준 데 힘입어 이번 피랍 사건이 무사히 해결돼 다행"이라며 "향후 우리 국민 승선 선박 안전 확보 등 예방 조치를 포함해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필요한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