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
지난달까지 신규 취업자 수가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이 길어지는 가운데, 임시·일용직에 이어 상용직 신규 일자리도 '실종' 상태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로 꼽히는 상용직은 경기 침체로 한 번 줄어들면 다시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향후 고용 시장 회복도 더딜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2일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1년 전과 비교해 1만4000명(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남긴 1999년 12월 이후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당시 전체 상용근로자 수는 기업체들의 연쇄 도산과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해고로 5만6000명이나 감소한 바 있다.
지위가 불안정한 임시·일용근로자의 감소는 꾸준히 누적됐지만 최근 수년간 못해도 30만 명 이상, 많게는 40만 명 이상씩 늘었던 상용근로자 수의 정체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의 또 다른 심각성을 드러낸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인 올해 1월만 해도 상용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66만4000명이나 늘었다. 하지만 2월부터는 매년 증가폭이 둔화돼 지난달 증가율이 마침내 0%에 근접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교적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상용직의 증가까지 억제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상용근로자의 증가 둔화는 기업들이 매출 감소 등에 대응해 신규 채용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용 상황의 급진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다음 달 동향 때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격상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상용직 비중이 높은 업종들인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에서 부진이 두드러진 탓이다. 지난달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취업자 수가 각각 22만7000명, 18만8000명씩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차단된 데다 국내에서도 대면 접촉을 꺼리면서 대형 호텔·면세점·백화점·식당 등 상용직 고용 규모가 큰 사업장들이 상용직의 신규 채용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달 취업자가 9만8000명 감소한 제조업에서도 신규 상용직 채용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통계청은 전했다. 그밖에 어린이 돌봄시설이나 노인 요양시설 등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도 상용근로자 증가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임시·일용직은 물론 상용직에 불어 닥친 고용 한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9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웠다고 답한 곳은 25.8%에 불과했다. 신규 채용에 나서는 기업들도 3곳 중 1곳은 작년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의 조사에 참여한 총 197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3%가 채용을 미루거나 축소, 취소했다고 답했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 축소는 청년층의 취업 사정 악화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 안정적 일자리까지 줄어드는 것이어서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를 두고 향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국내 고용 시장에는 한동안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로 충격을 받은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한 번 줄이게 되면 이듬해 사정이 나아지더라도 다시 채용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상용직 일자리는 임시·일용직과 달리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