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코인투자 …퇴사 꿈꾸며 투자에 물두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코인으로 돈벌어서 퇴사하고 싶어요. 요즘엔 좋은직장 다니는 사람보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보다, 코인으로 대박 수익낸 게 더 부러울 정도에요."
직장 생활 8년차인 김모씨(35세)는 22일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올들어 총 2000만원 규모로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코인 광풍이 꺾이면서 투자액을 크게 잃었지만 이른바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속어)'한 끝에 올들어 손실액을 전부 회복했다. 그러고도 1000만원 이상 더 벌었다.
김씨는 "며칠 전 정부의 규제 소식에 시세가 급락해서 우울했지만 이미 차익을 거둔 게 있는데다 손실을 회복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절망적이진 않았다"며 "역시 조금 지켜보니 다시 반등하더라. 오히려 이 김에 투자액을 늘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씨를 포함한 2030세대의 코인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 바람을 타고 주식으로 수익을 올렸던 이들이 올 초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자 하나둘 가상화폐로 넘어오는 분위기다.
실제로 2030세대 10명 중 6명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신규 실명계좌를 만든 이용자수는 총 249만5289명이다. 이중 20대가 81만6039명(32.70%), 30대가 76만8775명(30.80%)으로 전체의 63.51%를 차지했다.
거래량도 30대가 가장 많았다. 코인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일평균 거래량의 39.0%가 30대로 집게됐다. 두번째로 많은 60대(17.8%)의 2배 규모다.
청년들이 코인에 몰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직장생활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어서다. 최근 저금리가 계속되자 근로소득을 차곡차곡 모아 굴리는 것만으로는 자산을 불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신한은행이 발간한 '2021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34세 미혼자들은 본인의 소득 수준을 평균 이하이며 저축도 못하는 상황으로 인식했다. 10년 후 소득은 2배 늘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몇년 2030세대들은 내 집 마련에 몰두하며 부동산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 같은 부동산 '막차행렬'에 올라타지 못한 청년들은 '빚투(빚내서 투자)'도 불사하며 주식에 투자했다.
게다가 가상화폐 시세 급등세와 맞물려 코인투자 열풍이 짙어지고 있다. 주식에서 번 돈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식이다. 부동산에 이어 주식, 가상화폐 등 투자수익이 근로소득보다 훨씬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기혼자 역시 10년 뒤 임금은 약 40% 상승하고 자산은 2배 늘기를 희망하지만 현재의 30대와 40대는 별 차이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평생직장 개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37세 직장인 주모씨는 "직장생활을 아무리 해도 월급은 쥐꼬리 만큼 오르지 않나. 우리 부모세대처럼 열심히 회사만 다녀서는 월급을 아끼고 모아도 집 한채 사기가 불가능하다. 육아도 힘들다"며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고 갑자기 회사가 문닫을 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시대가 됐다. 시대는 변했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평생 직장의 노예가 될 것만 같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일부 직장인의 투자 성공담이 전해지면서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커뮤니티에 삼성전자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해 수백억원을 벌어 퇴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 사실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지만 2030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직장 여성 정모(32)씨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나가니 동기들이 줄줄이 퇴사하기 시작했다. 나는 대안이 없어 계속 다니고 있지만 회사생활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계속든다"며 "퇴사를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자금이 필요하지 않나. 지금은 주식투자도 조금 늦은 것 같고 현재로선 코인이 최선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