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도 역대 최고...가계부채 관리 예고와 공모주 청약 반영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 열풍이 시중은행 여·수신 잔고까지 들썩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142조원대에 진입한 반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3개월 연속 비슷하게 유지됐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42조2278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8401억원 증가했다.
중복청약 막차로 꼽힌 SKIET 공모주 청약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은행의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SKIET 일반투자자 청약기간이었던 지난달 28~29일께 신용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 주문에도 월말 잔액이 폭증했지만 은행들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이유다.
추가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나온다고 예고되자 '패닉 수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을 발표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8623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2266억원 불어났다. 전월 대비 9조4195억원 늘어났던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크게 증가한 규모다.
이 중에서 주담대 잔액은 3개월 연속 48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483조8738억원으로 전월 대비 7056억원 오른 수준이다. 계속해서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이 이어지다 보니 관망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주택 수요가 맞물려야 하는데 연초에 활발했다가 현재는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도세 개정 시점인 6월부터 다주택자의 양도세가 증가하는데 그 전에 거래가 조금 살아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61조240억원으로 전월 656조4840억원보다 4조5400억원 늘어났다. 요구불예금 잔액이 증가한 것은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 규모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주식시장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은행에 쌓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대기자금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주가하락 공포심이 커지면서 시중은행에 유동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말 총수신 잔액은 1686조7057억원으로 전월(1657조4402억원) 대비 29조2654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신 잔고가 늘어난 것도 공모주 청약 영향"이라며 "증권사가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을 공모 확정하기 전까지 머니마켓펀드(MMF) 단기자금으로 굴리는데 복수은행과 거래하기 때문에 다른 은행 잔고에도 영향을 미친 걸로 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