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언론개혁·경제정책 등은 야당측 제동으로 논란 예상
17대 국회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 민주노동당이 주한미군 차출과 이라크 추가파병을 둘러싸고 제각기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이념과 노선차이가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각 당내 보수세력들은 주한미군 차출에 따른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에 대해 재검토를 주장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열린우리당이 준비하고 있는 언론개혁 문제와 출자총액제한·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정책 등에 대해 야당과 정부측이 제동을 걸고 있어 주한미군 차출 문제 등과 함께 이번 국회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떠 오르고 있다.
우리당, 미군차출과 파병은 별개
한나라, 정부 무방비 대책 질타
민노당, 국민과 함께 파병반대 시도
지난 5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여성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참석한 이라크 파병 원점 재검토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열린우리당은 주한미군 차출과 우리군의 이라크 추가파병은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당의 이같은 주장은 미국의 갑작스런 주한미군 차출이 이라크 추가파병을 머뭇거리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한 압력성이라는 한나라당과 보수층 일각의 시각을 거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기남 의장은 5월19일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주한미군 차출은 우리군의 이라크 추가파병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이번 일을 계기로 군사안보에 공백이 생긴다는 우려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당내 보수성향 인사들은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철수가 당장 몰고올 한반도의 안보공백을 우려하며 정부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의용 당선자는 “미국은 제한된 병력으로 글로벌 방어를 하는 만큼 그 같은 계획을 마련했겠지만 우리로서는 외교정책과 남북문제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영선 전 대변인은 “주한미군 차출 문제는 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며”정부에게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국군의 이라크 파병 재검토를 주장하는 인사들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이라크 사태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국군의 이라크 파병시기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하는 새로운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은 “국회가 동의한 파병안은 전후 복구와 재건지원이 목적인데 지금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면서”파병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 상황에서 파병할 수 있도록 시기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로 인한 한반도 안보공백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노무현 정부의 무책임한 한·미동맹관계 흔들기가 대북 억제력 약화 우려를 낳고 있다’며 여권을 몰아세우고 있다. 박진 의원은 5월18일 한나라당 안보정책 및 이라크파병대책특위에서 “당 지도부가 지난해 9월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무부 부장관을 만났을 때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문제가 거론 됐는데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웠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용갑 의원은 “앞으로 주한미군의 2차 철수가 없다고 누가 보장하느냐”며”차출 철회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으며 군 출신의 박세환 의원은 “미2사단 전력을 우리군이 대체할 경우 장비비용만 45억7000여만달러(5조5000여억원)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에 대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히면서도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나쁠 게 없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와 국민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주한미군을 이라크로 보내는 것은 한국의 반미풍조에 대한 위협으로 추진되는 측면이 있지만 이런 위협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권영길 대표는 “국회내 파병철회안 발의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국민들이 함께 하는 광범위한 파병반대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사소유지분·시장점유율 쟁점
열린우리당은 국회 차원에서 언론개혁을 위한 국민적 여론형성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17대 개원과 함께 국회의장 산하에 범국민언론개혁위원회(가칭)를 한시적으로 설치키로 하는 등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재홍 언론개혁단장은 “소유지분 제한 시장점유율 규제 공동배달제 지원 등 다양한 언론개혁 방안을 놓고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등 수많은 단체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은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신문시장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차기 정책위의장으로 유력한 이한구 의원은 1개 신문사가 전체시장에서 30% 이상, 상위 3개사가 60%를 점유하지 않도록 한다는 안에 대해 “자본주의를 부정하겠다는 발상이냐”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또 “신문도 일반상품처럼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정화되고 살아남아야 한다”며 “여론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은 놔두고 사기업인 신문만 문제삼겠다는 것은 여당의 목적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관련법 개정에 대해 ‘절대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부대표는 “정기간행물법 개정보다는 기존 정간법을 신문법(가칭)과 언론피해구제법으로 나누어 대체입법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신문사의 소유지분 제한과 관련해서는 “신문 방송이 가지는 공익성에 질적 차이는 없다고 보고 있으며 방송에 대해 소유제한을 할 수 있는 만큼 신문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계좌추적·출자총액제한 이견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월15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경제를 직접 챙기고 경제위기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일부 경제관련 법안에 대해 첨예한 인식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당은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갖는 것 만으로도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지난 2월 만료된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을 3년 더 연장할 방침을 세워 놓고 있으며 17대 국회 개원 후 처리키로 했다. 또 한나라당의 출자총액제한 폐지에 대해서는 “출자총액 제한을 폐지하면 시장 공정성이 깨지고 중소기업에 피해를 줄 확률이 높아 출자총액 제한제의 예외를 확대하는 등 출자총액 제한의 ‘조건부 완화’ 쪽으로 법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관심있게 추진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계열사 의결권’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단계적 축소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전부터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정민철기자 chu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