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용현 기자]
작가 소개와 걸어온 길은
여성의 주체적 욕망과 패션을 그리며, 어반(unban) 인물화를 보여주는 서양화가이다.
이화여대 도예학과를 나와 패션 회사 디스플레이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중국 광저우대 미술디자인대학에서 유화학술 석사학위를 받아 중국에서 전통적 고전주의 인물화를 공부했고, 프랑스 인상파들의 패션 그림을 연구하였다. 여러 차례의 아트페어와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2023에 패셔니스타 초대 개인전을 가졌다.
수상 경력으로는 ▲2020 나혜석 미술대전 우수상 ▲2021 한국 미술대전 입선 ▲2022안양관악 미술대전 특선 ▲2020 홍콩 중앙 도서관,작품 “고독” 은상 ▲ 2015 홍콩 중앙 도서관, 작품 “에르니에스의세자매”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안양미술가협회 회원과 한국현대인물화가회 사무국장으로 활약 중이며, 아티스트 전문 매니지먼트 그룹 ㈜엔제이아트에서 운영하는 갤러리 차만 전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의 주체적 욕망과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작품에 대한 설명과 가장 특화된 부분은
내 작품에는 멋진 옷을 입은 화려한 젊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마치 패션디자이너가 한땀 두땀 손바느질한 의상 작품을 자신이 점지한 모델에게 입히는 것처럼, 섬세한 붓 터치로 재구성한 자기 의상 작품으로 그림 속 모델을 감싼다. 그림에도 패션처럼 오트 퀴트르가 있다면 나의 작품이 그러할 것이다.
섬세하면서도 때로는 거침없는 붓의 터치로, 재탄생한 모델은 마치 금세라도 캔버스를 찢고 걸어 나올 듯 생동감 있어 보인다. 나의 그림에 나오는 여성들의 얼굴은 살짝 현실을 비켜 간 듯, 초현실적(또는 탈 현실적)이며 몽환적이다. 뭔가 욕망하는 강렬한 눈빛과 당당한 자태가 인상적이다.
바람이 불면 나비의 날갯짓 처럼 나풀거릴 것 같은 화사한 의상을 입고서 바닥에 누운 모델의 도도한 눈빛은 그리스 로마신화 속의 아름다운 정령인 님프(Nymphs)의 치명적 매혹을 연상시킨다. 조금도 주저함이나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관람객을 응시하는 모델의 형형한 눈빛에 나 자신도 모르게 빨려든다.
관람객들은 그림 속 여성의 깊고 짙은 시선에서 팜므파탈(femme fatale)의 치명적 비밀을 해부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여성은 비밀스러운 미로에 숨어든다. 아름다움에 반하면서도 그걸 곧이곧대로 인정하지 않고, 왜 아름답냐고 따지려는 행위는 위선적이다.
그림 속 모델과 패션은 아름답지만, 전현경은 사실 눈에 띄는 아름다움보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더 추구한다. 나의 그림을 보는 이들은 그가 화폭에 은밀하게 설정한 미로에 갇혀 한참을 돌고 돌아서야 팜므파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이는 작은 아름다움’을 잘 그려야 한다. 나는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지만, 화폭의 어떠한 언저리도 허투루 남기지 않는다. 이는 붓의 선을 중시하는 중국 고전주의적인 인물화 기법을 따르면서도 정형화된 틀이 없는 현대미술의 화법을 혼합해 나만의 유니크한 작업이 작용한 것이다.
300호나 되는 대형 캔버스에서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은 10여 명의 젊은 여성들이 멋진 옷을 입고, 명품 핸드백을 걸치고서 날씬한 각선미를 과시하는 모습은 너무나 세부적이어서 디테일의 아름다움을 안겨주지만, 정작 화가가 의도하는 바는 그저 ‘보이는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다.
욕망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젊은 여성의 패션 의상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관람객들이 갖는 부르주아적 소유의 욕망, 그리면서도 그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그들의 위선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여성주의에 기반한 패션 그림을 작업했지만, 흔히 말하는 미디어적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뭇 여성들처럼 상처 많았던 여성으로서 당당한 주체로서의 여성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나에게 있어 패션은 단순히 여성의 신체를 감싸는 의복이 아니라, 심리와 욕망을 표출하는 도구이자 상징이다. 화폭에 담은 패션은 때로는 화려하고 우아하며, 또 때로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이며,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내가 선택한 그림 속 공간은 생생하고, 입체적이다.
이는 그림 속 모델이 단순히 그려지는 종속적인 모델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주체적인 주인공임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무엇보다도 당당한 시선으로 도발적인 자태를 보인다. 세속적 명품은 그저 여성들의 원색적 욕망을 받쳐주는 소모품에 불과하다. 내 작품에서 기하학적인 형태나 문양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도드라지게 표현된 것은 인간의 다변적 욕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술인과 대중의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작가로서 대중예술에 대한 생각은
예술이 대중예술일 필요가 있을까? 의상도 대중 의상인 프레타 포르테가 있듯이 예술도 맞춤 의상인 소수의 고급화된 오트퀴트르가 있다. 내가 추구하는 나의 예술세계는 인물화와 패션을 섞어서 만든 나만의 것이고 나의 예술세계를 사랑하는 컬렉터를 위한 것이다.
향후 작품 계획은
우리나라에서는 인물화는 비인기 종목이다. 과거의 명화는 거의 모두 인물화이지만 현대에는 인물화보다는 추상미술과 표현주의로 치우쳐 있다 보니 인물화를 그리는 화가들은 팔기가 힘들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추상으로 바꾸는 현실이지만 이 어려운 인물화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대중이 좋아하는 꽃 풍경보다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인물화의 어려운 길을 꿋꿋이 가고 있는 이유는 패션의 오트퀴트르처럼 나의 예술혼을 넣어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해 그리다 보면 나의 인물화를 좋아해 주는 층이 생기리라는 확신을 갖는다. 나는 그림을 나이가 40이 넘어 어렸을 때 화가의 꿈을 찾아 다시 시작한 만큼 남보다 더 피나는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고 인물화에 패션을 섞어 여러모로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나의 그림은 더 많이 진화할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인물화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