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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화순의 아트&컬처] ‘서소문성지’서 만나는 ‘다양성'과 '차이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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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12월15일까지 특별전 ⟪차이의 미학⟫전 개최
-김순임 김윤신 데비한 류준화 문승현 박성태 박유아 선무 신미경 양나희 이강소 이원호 정은영 최진욱 등 17명 작가, 71점 선보여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움과 힘의 근원은 멋진 하모니다.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음악은  ‘천상의 하모니’로 발현된다. 그러나 현실속 하모니는 쉽지 않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신부)이 하반기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차이의 미학⟫전은 17인의 작가들이 71점의 작품을 출품해 ‘다름’과 ‘다양성’의 가치를 보여준다. 또한편으로는 우리 안의 타자를 발견하고 편견과 배타성도 깨닫게 한다. 

 

우리 사회가 가장 깊은 편견으로 고통 준 대상은 누구였을까. 사진가 박성태는 <우리 안의 한센인> 연작을 통해 ‘나병환자’로 불리며 사회적 배타와 억압의 세월을 살았던 한센인들을 기록했다. 손가락 마디가 뭉퉁뭉퉁 떨어져나간 두손을 꼭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 절규하듯 기도하는 모습, 손가락 마디가 다 잘려 숟가락 쥐기도 힘든 손으로 밥을 떠먹여주는 모습…. 심한 사회의 편견과 배타, 억압 속에서 버려진 삶을 살아야 했던 그들의 슬픔과 고통, 좌절, 절망이 절절히 느껴진다.

 

박성태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한센인정착촌인 여수 도성마을에서 한센인들과 함께 기도하고 식사하며 살갑게 지내며 단렌즈로 촬영했다. 작가는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와 경계를 허물기 위해 작업했다”고 말한다.

예술가겸 퍼포머인 문승현과 안무가 김명신, 영상감독 김경민이 협업한 <전시장의 투명한 벽은 시에나 색으로 물든다>(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2분18초)는 지체장애 속에서 예술작업을 하고 있는 문승현이 직접 참여해 미술의 전당인 공간에서 예술인이 오히려 소외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르코미술관은 예술의 집결지라는 상징을 지닌 장소로 시각적으로는 개방감이 있으나 실제로는 경사로나 리프트 설치가 어려워 장애인에게는 폐쇄와 배제의 공간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에서 따온 최진욱의 <피·땀·눈물>은 가정을 가진 가족이라면 겪게 되는 문제를 담고 있다. 두 딸을 가진 작가는 자신의 가족을 먼저 그림으로써 ‘혈연’으로 ‘피’를 표현하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88만원 세대의 ‘땀’, 정규직이 되지 못한 KTX근로자들을 통해 자본주의와 고용시스템의 문제점을 짚고 있다.

 

작가 선무는 <고향가는 길> <가보고 싶다> <찢어진 우산>을 통해 DMZ라는 금기의 경계 밖에 위치한 고향 ‘북한’을 그렸다. 북한에서 미술대학을 나오고 다시 한국에서 미술대학을 나와 활동하는 작가는 ‘38선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은 선무(線無)를 예명으로 활동한다.  그는 북한에서 그리던 조선화 방식을 사용해 유화로 수묵담채풍의 회화를 그려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박유아는 자신을 해외에 보내버린 부모에 대한 애증을 담은 입양아 출신자들의 인터뷰를 보며 이들을 마음으로 품기 시작했다. 상처받은 입양아들의 초상화를 한국화 스타일로 그려서 ‘집’으로 초대했다. 따뜻한 어머니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작품에는 ‘자신을 극복하는 힘에의 의지’를 뜻하는 <위버맨쉬(Übermensch)>라는 제목이 달렸다.

 

김순임의 <비둘기 소년>은 흰 펠트와 깃털로 만든 조형물이다. 작가는 뉴욕 레지던시에서 만난 건물 관리인이었던 중년의 다니엘을 소년 천사처럼 형상했다. 동유럽 출신 이민자로 누구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던 다니엘은, 음식을 주워먹으며 자라 ‘소년’으로 불렸지만, 작가의 눈에 그는 결코 손상되지 않은 우아함을 지닌 사람으로 남아있다.

 

한편 원로작가 이강소는 존재를 다룬 아크릴화 <바람이 분다>(2024)와 세라믹 입체 <Becoming>(2016)을 출품했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결국 소멸하는 것이기에 관념에 불과하다”는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이 흐르는 것이다. 장자의 꿈속의 나비처럼 너와 나는 결코 구별될 수 없는 서로 상응하는 존재일뿐이니, 결국 ‘반목’이나 ‘배제’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원로작가 김윤신은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시리즈를 내놨다. 작가는 50년간 이 연작을 해왔다. 합(合)과 분(分)은 동양철학의 원천이자 세상이 존재하는 근본으로, 두 개체가 하나로 만나며, 다시 둘로 나뉜다는 의미다. 작가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구분하고 나누고, 어느 부분만을 취해 한 부분을 배제시키는 방식’이 아닌, ‘포용의 작업 방식’을 통해 관용의 언어, 평화의 조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궤짝 위에 놓인 고대 유물처럼 멋진 도자기와 성상(聖像)들이 보인다면, 신미경의 <고스트 시리즈>(2008)와 와 <종교적 조각(Religious Sculpture)>(2024) 연작이다. 비누로 만들어 물에 닿으면 거품을 내고 사라진다. 작가는 외형에 얽매이지 않고 대상을 잘 들여다보면 진실에 다가갈 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류준화는 <감사의 테이블>을 통해 식탁 위, 책상 위에서 돌보는 것들을 그려냈다. 마치 제단과도 같은 테이블 위에 함께 살아가고 존중하며 버티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나누는 생명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다. 화면은 따뜻하며 싱그럽고, 경건하기까지 하다.

 

데비한의 <Here and Now>(2013)는 흰 비너스와 초콜릿색 비너스가 서로 포옹하고 있는 작품이다. 해외에서 이주민으로 살면서 겪은 차별을 자양분 삼아 ‘전지구적인 관용과 다양성에 대한 용인’을 표현한다. 애초 비너스 탐구는 국내 미술대학의 ‘석고상 소묘’라는 획일적 미술 교육을 고발하며 시작된 것이었다.

 

서유라의 <Art Book> 시리즈는 이성과 지식의 집합소인 도서관이 또 다른 배제의 합리적 공간임을 보여준다. 작품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내 도서실의 책꽂이들 사이에 ‘보물찾기’ 놀이처럼 놓여 있다. 작가는 “지식이란 언제든 편성되는 것이며 그 안에서 여성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억압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뮤지엄에서 여성미술가 작품 소장은 전체의 5%에 불과한데, 여성을 소재로 한 작품은 전체 소장품의 85%를 상회한다”고 지적한다.

 

양나희의 작품은 얼핏 담쟁이덩굴처럼 서정적으로 보인다. 폐박스의 이미지를 오래된 명화의 형식으로 벽에 걸기도 하고 담쟁이덩굴처럼 지하 1층 전시장 초입을 멋지게 장식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손수레에 폐지를 실어 연명하는 노인의 삶, 노인문제를 담고 있다.

이창원의 <Hug Stencil(허그 스텐실)> 시리즈는 다양한 포옹의 실루엣을 3차원 공간에 자취로 남긴 입체물이다. 뉴스매체에 등장하는 포옹에는 정치가나 각국 정상들의 포옹부터 셀럽들의 포옹, 테러리스트라는 선입견을 깨고자 한 퍼포머와 행인과의 신뢰의 포옹, 전쟁의 상처로 자식을 잃은 한 인간의 피에타 같은 슬픔의 포옹 등이 작품의 대상이다.

 

지하 2층에 전시된 김명희의 <Forced Dislocation(강제 이주)>은 썼다가도 언제든 지울 수 있는 칠판을 지지대로 사용함으로써 역사를 은유한다. 작가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감행했다. 1997년, 시베리아를 횡단해 중앙아시아 깊숙이 한국 강제 이주민의 삶을 추적했다. 1937년 17만 명의 한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던 역사의 흔적을 주제로 한다.

 

이원호의 <오만가지>는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인의 이야기를 7명의 희곡인, 7명의 배우와 연출가와 협업하여 49개의 이야기로 각색한 작품이다.

조은정 전시 감독(고려대 초빙교수)은 “⟪차이의 미학⟫은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여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 이 사회를 인간 존재의 고유성이 다양한 아름다움으로 드러나는 곳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전제를 가시화했다”면서 “열일곱 작가의 작품을 통해 좋은 사회를 위한 지향점을 위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에 대한 발언을 하고자 했다”고 밝혔했다.

 

또 원종현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관장 신부는 “우리 안의 서로의 다름이 틀림으로 규정되어서 우리 안의 차별을 극대화한다. 또 우리 자신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고, 마음가짐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기를, 미술이라는 조형적 언어를 통해 관찰해보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10월 18일 개막식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다민족 어린이합창단인 레인보우어린이합창단, 인도· 중국·마다가스카라·인도네시아 출신의 초대객 등 110명이 참가해 전시 개막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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