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로 15년 만에 현대물로 복귀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감독인생 최초로 디지털 촬영 방식을 취하며 ‘영원한 현역’으로서의 면목을 증명했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해 반세기 동안 100편의 작품을 선보인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1번 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1996년 <축제> 이후 무려 15년 만에 선보이는 현대물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천재화가 장승업의 삶과 열정을 담아낸 <취화선>, 1950년부터 70년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한 남자의 삶과 사랑을 주제로 한 <하류인생>, 판소리를 통해 한국인의 삶과 인생을 담은 <천년학>까지 임권택 감독은 최근 몇 년간 과거를 배경으로 우리의 전통문화와 예술혼을 사람이란 이야기 안에 심어 놓은 시대물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는 다짐으로 선보이는 <달빛 길어올리기>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며 시대적 공감을 시도한다. 또한 변모하는 영화계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촬영 방식을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2년 동안 전주지역 답사와 탐방을 통한 철저한 고증과 차가운 물 속에서 이루어지는 전통 한지 작업을 재현하기 위한 겨울 촬영을 강행, 화면 가득 달빛이 넘쳐나는 듯한 영상미학을 선보인다.
여기에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작품 활동의 신념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가장 올바를 것 같은 사람들의 어긋난 행동이 전하는 묘한 드라마적 매력까지 영화적인 재미를 담았다.
이에 시적이고 서정적인 모습과 한 가지에 미쳐서 사는 사람들의 정신적 아름다움을 마치 첫 영화인 것처럼 색다른 면모를 선보일 것이다.
임권택 감독은 “<달빛 길어올리기>가 나의 101번째 작품이 아니라, 새롭게 데뷔하는 신인감독의 첫 번째 작품으로 불리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인다.
한 명의 감독이 101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세계 영화사에서도 전례 없는 경이로운 기록이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카메라를 놓지 않는 임권택 감독이나 종이가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전설이 되어 버린 최고의 종이를 재현하려는 사람들이나 마치 물속의 달빛을 취하려 하는 무모한 열정과 다름 없다. 그러나 그 뜨거운 열정이야말로 우리가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이유일지 모른다.
시대를 관통하는 거장 임권택 감독의 15년만의 현대물인 <달빛 길어올리기>는 시청 공무원(박중훈)과 그의 아픈 아내(예지원),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강수연)이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는 작업에 관여하게 되면서 얽히고 부딪히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 박중훈, 강수연, 예지원이 주연을 맡았다.
한국영화사에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록될 <달빛 길어올리기>는 오는 3월 1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