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철인(鐵人)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망원인을 '급성 폐손상으로 인한 호흡곤란'이라고 밝혔다.
의료진은 "지난달 11일 흉막전폐 절제수술을 받고 회복하다 지난 5일 급성 폐손상이 발생해 수면 상태에서 치료를 진행했지만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고 밝혔다.
급성폐손상으로 인한 호흡곤란은 급성으로 일어나는 양측 폐 손상으로 수시간에서 이틀 정도에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호흡곤란을 말한다.
패혈증(전신적으로 진행된 세균 감염)이나 교통 사고와 같은 외부 인자에 의한 신체적 손상 등 심한 외상이 흔한 원인이다. 세균이나 신체 손상에 의해 혈액으로 화학적 물질이 방출돼 이것이 폐에 도달해 폐에서 심한 염증이 일어나 급성 호흡부전 증후군에 빠지는 것이다.
이밖에 구토를 한 후 구토한 물질을 흡입했을 때, 유독한 증기를 마셨을 때, 폐렴 또는 폐 좌상(폐에 멍이 든 것과 비슷한 개념) 등 폐의 직접적인 손상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젊은시절 글로벌 제철기업을 일으킨 고인이 마신 모래먼지와 쇳가루 석면가루가흉막섬유종이나 폐섬유화 등의 질환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료진은 "지난달 수술 때 보니 폐 부위에서 석면과 규폐가 발견됐다"며 "이런 물질들 때문에 발생한 염증으로 폐의 석회화된 섬유화 병변이 일어났고 흉막유착이 심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살아생전 박 명예회장을 괴롭힌 병마는 폐질환이었다. 고인은 2001년 폐 아래쪽에 물혹(흉막섬유종)이 발견돼 미국 코넬대병원에서 대수술을 받았다. 흉막섬유종이란 폐를 둘러싸고 있는 막에 딱딱한 양성종양이 발생한 것으로 호흡곤란을 야기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하지만 폐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후유증에 시달렸고 지난달 9일 가벼운 감기 증세가 호흡 곤란으로까지 이어지자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고인은 오른쪽 폐 전부를 들어내는 흉막-전폐절제술(심장과 폐 등을 둘러싼 흉막과 섬유화가 진행된 한쪽 폐를 완전히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고인은 이달 5일 왼쪽 폐에도 급성 폐 손상이 생겨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해 주변인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