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의 헐값 매각 의혹’이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고, 이제 공은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의혹으로 똘똘 뭉친 외환은행 매각 수사. 시작은 했지만,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핵심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이 아니라 ‘불법 매각’에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론스타게이트의 철저한 수사는 물론, ‘이헌재의 구속과 론스타의 대리인을 압수수색 하라’고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2002년까지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지내고 현재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직을 맡고 있는 허영구 대표를 만나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대한 주장을 들어봤다.
감사원 감사로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됐던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만족할만한 성과인가.
재경부와 금감원을 상대로 정부기관이 그 정도 결과를 낸 건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핵심은 비껴갔다. 부적절한 헐값매각은 밝혔으나, 문제의 ‘불법매각’ 부분이 빠진 것이다. 불법비리의 정황은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사주하고 지휘했으며 구체적인 책임당사자가 누구인지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의 감사원장이 당시 재경부 장관 시절이었던 점이 걸린다.
론스타 불법매각에 대한 ‘심증’은 있으되, ‘물증’이 없었던 것 아닌가.
‘헐값 매각’부분은 이미 사실로 드러났고, 그 외 부분은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검찰의 수사를 통해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는 것들이다. 일개 사모펀드에 지나지 않은 투기자본 론스타가 은행인수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기자본의 온갖 불법 로비와 이를 도운 정부 관료들의 총체적 부정행위에 힘입어 외환은행을 매입했다.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매각할만큼 경영상태가 악화되지도 않았고 이를 강행하기 위해 론스타와 은행 경영진, 정부 관료들이 한통속으로 BIS비율을 조작하고 법을 엉뚱하게 적용해서 불법매각을 주도한 정황이 엄연히 밝혀지지 않았나.
외환은행 매각을 도운 핵심 당사자들의 불법거래라고 볼만한 부분이 있나.
이미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당시 이강원 행장과 이달용 부행장 등이 거액의 명퇴금과 스톡옵션을 받아 챙긴 점이 드러났다. 은행 부실의 책임을 물어야 할 판에 거액을 줬다. 이는 정상적인 지급이 아니었다. 부당한 거래에 의한 불법수수료다. 외환은행이 아닌 론스타가 커미션으로 준 셈이다. 이 부분은 계좌추적만 하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KPMG, 삼정회계법인, 김&장 등도 정상적인 수임비율이 아닌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 100원짜리 물건을 팔면서 90원의 수수료를 준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사회적 기준을 넘어서는 돈을 받은 것도 위법이다. 어느 정도의 돈을 받아 챙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다면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이다.
김&장의 고문을 맡았던 이헌재 전 부총리도 특혜대출을 받은 점이 드러났다. 공무원이 갑자기 몇십억씩 재산이 증식했다는 건 의문이다.
따라서 의혹의 몸통인 이헌재를 ‘구속수사’하고, 론스타 대리를 맡은 김&장과 삼정KPMG는 압수수색해야 한다. 또한 론스타게이트의 핵심 인사인 스티븐리를 송환해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한다.
외환은행 불법거래 의혹의 열쇠를 ‘이헌재 사단’에 쥐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이헌재는 지난 8년 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대규모 거래에 빠짐없이 연루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론스타 게이트에 관련된 관료와 금융권 인사들은 하나같이 이른바 '이헌재 사단'에 속한 인물들이다. 결정적으로 이헌재는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인 김&장의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거래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 및 압력을 행사해 왔다. 외환은행 불법매각과 관련한 법률적 자문을 김&장이 맡고 이헌재 전 부총리가 정관계 로비를 담당했을 것이다. 김&장은 은행법 넘어서는 예외조항을 만들어 BIS비율을 조작하도록 법률자문을 해줬다. 이를 실행하도록 이헌재는 재경부와 금감위에 입김을 불어넣어 불법매각을 도왔다. BIS비율을 조작한 의문의 팩스 5장은 김&장이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불법매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법한데.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던 의혹들도 정부의 선이 닿아 있었기 때문에 밝혀지기 어려웠다. 거대 로펌 김&장도 고액의 수임료와 외국계 투기자본의 먹튀를 도왔음에도 ‘몸통’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번번히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우리는 그 뒤에 ‘청와대’가 있다고 본다. 외환은행 매각에서 10인의 비밀회의에 청와대와 이헌재, 권오규 정책기획위원장 등이 참석한 것만 봐도 의심의 여지는 충분하다.
항간에 떠도는 DJ비자금 연루설은.
그런 추측이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확실한 정황은 아직 확인된 게 없다. 론스타 펀드가 미국에서부터 정관계 로비를 통해 들어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는 김대중 대선이 있었을 시기였다. 이 돈이 민주당의 정치 자금으로 활용됐을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 입장에서도 수사가 진행되면 피해갈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몸통 수사로 이어진다 해도 어느 정도 선이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론스타와 분리해서 따로 수사할 것이다. 이헌재의 사법처리도 론스타와 별도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대리만족을 시켜주지 않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