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토론, 협상의 정치가 뿌리 내려야 한다
무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언론기관 세무사찰에 따른 정국경색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출이 몇 달째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물가가 오르는가 하면 주눅이 든 증권시장은 가슴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 우선 정치를 앞세운 우리의 정치권에서는 정국을 왜 이다지 시원하고 상큼하게 풀어가지 못할까.
곰곰이 되짚어보면 가장 민주적 근간이 되고 있는 대화와 토론, 협상의 정치가 뿌리내리고 있지 않은 탓으로 생각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는 풍토가 자리잡아 온 것 같다. 이 풍토는 다혈질적인 국민성이 겹쳐 모든 것을 조급하게 속단해
분별없는 행동을 낳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물론 협상 창구가 있고 국회총무회담도 있다고 항변할 수가 있다. 넓게 보면 토론의 창구가 있고 대화에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가 있다. 정부에서는 당정협의가 있고 청와대에서도 대화의 창구는 열려 있다고 힐문할 수가 있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대화과정에서 많은 장벽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대화 절대량 부족으로 갈증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여야가
몇 달째 평행선 대치를 계속하는데도 영수회담이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노사가 협상과정에서 지지부진하다가 파업사태가 벌어져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우리 나라가 언제부터 벼랑 끝 싸움을 계속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가 되었는가. 사색당파 싸움 끝에 일제속국이 되었고 민주주의를 뿌리내린다고
허둥대다가 6.25동란을 맞았다. 조국의 근대화를 부르짖던 박정희 대통령도 민주적인 대화 부족으로 비명횡사를 했고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등 역대 대통령들도 나라와 민족이 진정으로 가야할 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임기 채우기에 급급했다.
토론과 대화, 그리고 우리 모두를 보다 진일보 시켜주는 협상, 그것은 과연 어디에서 올 수 있는 것일까?
필자는 우리 나라가 자라나는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선생님에게 일방적으로 지침을 받는 교육 제도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무엇이 문제인가
찾아내고 협의하며 해결해 가는 교육을 통해서만 대화의 자연스런 풍토는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회 모든 분야에서 대화와 토론, 협상을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업무추진이 늦을 수 있겠지만 사이버 첨단
장비 활용과 브리핑 또는 공청회의 정례화 등을 통해 효율화를 기할 수가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제도의 정착으로 성공하고 있지
않은가? 사례를 들어 최근 언론 문제를 살펴보자. 정부는 성역없이 언론기관도 세무사찰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하다.
언론기관인들이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불법이나 탈세를 하며 영업을 해왔다는 것이 될 말인가? 하지만 본질을 살펴보자. 수백 억 원대에
달하는 세금 포탈이 어제오늘 사안인가? 세무당국은 그 동안 무엇을 했는가? 어떤 신문의 경우 벌써 2~3대째 세습을 거듭하고 있다. 대충
들여다 보아도 비리와 탈법이 있음직 했다. 그런데 그 동안 한번도 세무사찰이 없었던 것처럼 충격적인 조치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중소기업
규모의 언론사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이 잡듯이 뒤지고 폭탄 선언하듯 발표하는 풍토가 오늘의 우리 사회와 경제에 과연 바람직한 태도일까.
이제 21세기. 우리 나라가 IMF 체제의 홍역에서 벗어나 번영된 국가로 성장해 갈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인기위주의 정치나 눈가림 경제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리민복을 우선하는 정치체제로 갖춰 가야한다. 이런 민주적이고도 민생을 위한 정치는 대화와 토론을 앞세우고 사리사욕보다는
대승적인 협상정치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나라당 논산·금산지구당(현)/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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