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유통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유통 대기업 CEO들이 이번 국감의 증인으로 대거 신청됐기 때문이다.
'기업인 길들이기' 식의 증인 신청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올해 유통업계의 큰 이슈였던 골목상권 침해와 동반성장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는 여론도 높다.
7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 출석 통보를 받은 유통 기업 임직원은 10여명이 넘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위원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33명의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여당 반대로 출석여부는 미지수다.
유통 기업 대표와 임직원 출석을 가장 많이 요구한 상임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김청룡 농협유통 최고경영자(CEO), 최종양 이랜드월드 CEO, 구본걸 LF(옛 LG패션) CEO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산업위 위원들은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27일 산업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들에게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보통'을 받은 데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며, 구지은 아워홈 전무에게도 상생과 동반성장 정책에 관해 질의할 방침이다.
또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이사,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이사,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대표이사, 김한진 이케아코리아 전무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친박계 낙하산' 논란을 빚은 김성주 대한적십자 총재(성주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요구했다. 김 총재는 지난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장 출신으로 '보은인사' 의혹을 받았다. 총재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은 만큼 이번 국감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에 증인 출석을 통보했다.
이들이 대거 국감 증인으로 요청된 것은 유통 전 부문에 걸친 동반성장과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의 경제 화두가 '동반성장', '경제 민주화' 등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공정 경쟁 및 경제 활성화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는 홈플러스가 최근 3년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지수 산출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이유와 향후 시정 계획 등을 이유로 증인에 채택됐다. 마리오아울렛의 홍성열 대표에게는 마리오아울렛 신축허가 관련 특혜 시비 및 입주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에 대한 추궁이 진행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 비해 약했던 국회 권한이 막강해진데다, 의원들이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펼치는 만큼 기업들로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증인채택 전까지 기업 CEO를 국감 증인 명단에서 넣고 빼는 문제를 가지고 대관 업무를 하는 기업 관계자와 여야 의원실 간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첩보전을 벌인다. 증인 명단에서 빠지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출석을 요구받은 기업은 국감 준비로 기존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 출석 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나아가 동행명령까지 거부할 경우 국회모욕죄가 추가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