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가구공룡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정치권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움직임이 촉발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유통법 개정 수위에 따라 이케아 뿐만 아니라 올리브영과 GS왓슨스 등 드럭스토어, 복합쇼핑몰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관련 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4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손인춘,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박지원, 백재현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4건이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 등 11명은 지난달 14일 가구·약 등의 전문점이라고 해도 생활용품이나 잡화 등을 함께 취급할 경우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을 적용받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케아가 위치한 경기도 광명의 새누리당 당협위원장도 맡고 있는 손 의원은 "최근 국내에 개장한 이케아의 경우 가구 뿐만 아니라 관련 잡화를 함께 판매하고 있음에도 현행법상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영업시간의 제한 등을 받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 역시 지난해 12월11일 대형 아울렛이나 상설할인매장을 전통상업보존구역 2Km 이내에 짓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도 지난 2일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며 "이케아와 드럭스토어, 복합쇼핑몰 같은 변칙적인 대형 유통 점포에 대해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를 도입하고 강제력이 없는 상권영향평가를 의무조항으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와 소상공인연합도 잇달아 입장을 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갖고 "탈법, 편법으로 대응하는 유통재벌들에 의해 유통산업발전법이 완전히 무력화됐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대형유통재벌들의 무분별한 골목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2011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은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유통재벌들에 의해 완전히 무력화 되는 과정을 겪어왔다"고 지적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은 "정부는 소상공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범정부 차원에서 소상공인 문제를 전담할 컨트롤 타워 조직을 구성하고, 소상공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제 더 이상 대기업 편향적 자세를 취하지 말고, 정부가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보수 시민사회단체인 컨슈머워치는 지난 3일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아울렛·이케아 규제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아울렛을 규제하는 것은 1980, 90년대에 맞춰진 소매점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컨슈머워치는 "소매점은 소비자의 취향과 유행의 변화에 따라 1980년대의 의류 및 화장품 상설할인매장에서 1990년대 백화점형 아울렛을 거쳐 현재 '복합 쇼핑몰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자는 새로운 경쟁자가 대기업이든, 소상공이든 소비자의 취향에 대응하지 못해 밀려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사업자의 생존권 보호는 '소비자 주권'보다 중요할 수 없다"며 "규제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려는 기업의 역량과 동기를 크게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