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국내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기술 대출을 확대하지 않도록 평가 지표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내 은행의 혁신성 제고를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서병호 연구위원은 "금융위원회가 기업의 기술력에 기반한 금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혁신성 평가'에 기술금융 실적을 반영키로 했지만 은행의 경쟁적 기술금융 취급에 따른 대손비용급증을 막을 수 있도록 혁신성 평가를 보완해야 기술금융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금융위는 은행권의 담보 대출 관행을 철폐하고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은행 혁신성 평가'를 도입했다. 지난 1월 나온 '2014년 하반기 은행 혁신성 평가결과'가 첫 결과물이다.
혁신성 평가는 ▲기술금융 확산(TECH) 40%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 50% ▲사회적 책임이행 10%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기술금융 부문은 세부적으로 은행의 공급규모(16점), 기업지원(8점), 신용지원(6점), 지원역량(10점)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배점이 가장 큰 '공급 규모' 항목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기술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점수가 올라가게 된다.
서 연구위원은 "기술금융이 전체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공급실적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부각되면서 은행들이 무리한 대출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이 자체 지원역량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금융을 무리하게 확대하면 부실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며 "특히, 기술금융은 평가기관(TCB)과 취급기관(은행)이 달라 심사에 있어서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금융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경쟁적 취급에 따른 대손비용 급증을 막는게 중요하다"며 "정량 평가 지표에 기술금융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를 반영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지원' 평가 항목에 은행들이 기술신용평가 후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얼마나 상향조정했는지가 반영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평가는 은행이 기술신용평가 후 기업의 신용등급을 얼마나 상승 반영했는지만 점수에 넣게된다. 그래서 기술평가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은행들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더 떨어뜨리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높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신용등급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상승한 부분 뿐 아니라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부분도 혁신성 점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 연구위원과 함께 발표자로 참여한 서정호 연구위원과 송민규 연구위원은 " 정부가 주도하는 하방식 금융개혁은 지속성을 갖기 어렵고 지적했다. 이들은 "금융회사가 혁신역량을 배양하고 이를 장기적 성과
로 연결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한다"며 "자율책임 문화는 금융혁신의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