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재계가 주채무계열에 대한 규제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재무구조 개선이 꼭 필요한 그룹만 규제를 받도록 평가방식을 바꾸거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기업이 조속히 약정에서 벗어나도록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채무계열 제도 전반에 대한 건의서'를 금융위원회 등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주채무계열 제도가 기업의 투자보다는 부실방지에 방점을 두고 있어, 경제살리기가 중요한 현 시점에서는 최소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 제도 하에서 기업은 기존 사업에 안주했을 때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부채비율이 높아졌을 경우 약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또 약정 체결시 기업은 최소 3년간 부채상환에 집중해야 하므로 그만큼 투자확대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기확산 방지보다는 기업활동 위축을 더욱 우려해야 할 때"라면서 "호황기를 겨냥한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이 제도로 인해 좌절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 제도가 부실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취지와 달리 기업부실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경련측은 "약정체결 그룹은 시장에서 부실그룹으로 낙인찍혀 거래처 상실, 조달금리 상승 등 영업․재무상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부실 우려가 있는 특정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이 속한 그룹 전체가 약정을 맺기 때문에, 그룹 내 우량기업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부채상환에 문제가 없는 그룹까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평가방식 개선을 촉구했다. 현행 재무구조평가는 부채비율, 영업이익의 변동에 민감한데, 이 경우 시장에서 부실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그룹도 지표가 일시적으로 나빠지면 약정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평가방식이 시장의 우려를 오히려 키우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재무평가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게 전경련의 입장이다. 현재 주채무계열은 비재무평가에서 명목상 최대 14점까지 받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가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들은 "작년말 정부가 규제기요틴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산업 및 재무 특수성' 비재무평가의 최대 점수를 2점에서 5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지만, 비재무평가 자체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전경련은 또 비재무평가 점수가 객관적 기준에 따라 결정되도록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이름 그대로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인데, 약정에 따른 낙인효과로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는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전경련은 기업의 자체노력만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약정 상대방인 채권은행들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기존 여신 및 금리 동결, 신규자금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주채무계열 제도는 기본적으로 부실이 드러나지 않은 대기업 그룹에 대해 부실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에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기업의 재무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