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들의 사명서 작성과 그 실천의지가 절실하다
우리
나라 여야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었다. 대선의 새 바람이 부는 요즘 대통령 아들 비리문제로 정가가 사뭇 시끄럽다. 권력의 심장부가 비리와
부정부패로 곪아터지고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권력의 핵이 넘어가는 시기마다 반복되는 홍역과 아픔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은 번번히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할까. 유난히 정이 많은 민족성의 탓일까. 도덕성이 파괴된 탓일까.
핏줄을 받은 혈연일수록 더욱 모범을 보여야한다. 그런데도 지도자들에게 핏줄은 언제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돌이켜보자.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청와대에서 자녀들을 불러 조신한 처신을 당부했다고 한다. 본인은 끼니마다 칼국수로 때우면서
청렴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아들 김현철 씨는 온갖 권력과 돈에 휘말려 철창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서민과 핍박의 상징이었던 분이었다. 아들 김홍일 의원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와 더불어 고통과 억압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웬일인가. 임기 말기에 접어선 지금 대통령은 국민 앞에 연거푸 침통한 사과를 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여권에 부담을 주지 않고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당적을 떠난다고 했다. 자녀들은 법률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리적으로는
옳다. 본인의 고통은 얼마나 클 것인가. 우리 나라에서 역사상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영예를 안은 분이다.
내년 초에는 우리 나라에 또 다른 대통령이 탄생한다. 21세기의 초석을 다지는 지도자가 태어나는 것이다. 그만큼 기대도 높다. 우리 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다. 정말 탁월한 지도력이 절실한 시기이다.
이 지도자에게 필자는 ‘자기 사명서’(Mission Statement)를 요구하고 싶다. 분명한 행동지침서다. 혈연·지연·학연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들은 권력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 된다. 오로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행동의 잣대가 사람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결단코 지역 감정에 얽매어서는 안 된다. 보복 정치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해야 하며 성과에 따라 대우를 받아야한다. 눈 도장만 찍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은 배제되어야 한다.
물론 지도자들은 자기 자신의 경륜과 덕성, 개성에 따라 사명서가 달라질 수가 있다. 기업과 기업가를 존중하는 사람도 있고 노동자 편에 서서
사회현상을 보는 사람도 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사람도 있고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방향도 좋다. 궁극적인 목표가 같다면 과정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충분한 토론이 선행되고 결론이 나지 않으면 투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후보자는 충분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 말로보다는 ‘자기 사명서’로 평가되는 것이 더욱 좋다.
지도자가 분명한 신념을 담아내고 그것을 틀림없이 실현시킬 ‘진실한 자기 사명서’. 그것은 국민들이 그들을 위한 진정한 지도자를 골라내는데
아주 절대적인 선택의 좌표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사명서와 그 실천의 의지로 올해의 선거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필자는 선거제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투표는 민주주의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해야될 불가피한 제도인 것 같다. 충분히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상하고 양보하고 화합하고 조정하는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 있는 것이다.
지도자들의 사명서도 마찬가지다. 각 선거 캠프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지도자의 이상적인 사명서를 충분히 토론해서 만들고 평가해서 발표해보자.
그리고 사명서를 분명히 지킨다는 약속을 맹세해 보자. 물론 선거에서 승리하고 집권이 되면 권력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소신껏 정책을 집행한다면
우리 앞날은 매우 밝아질 것이다. 물론 선거풍토도 아름다워진다. 온 누리에 희망이 가득하고 우리 사회에 신뢰의 새싹이 든든히 뿌리 내릴
것으로 믿는다.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저서: 시사칼럼집 “21세기, 우리민족의 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