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낫 고잉 애니웨어(Not Going Anywhere)' '라이트 나우 & 라이트 히어(Right Now & Right Here)'로 대변되는 말랑말랑한 '프렌치 팝'의 뮤즈는 그새 로킹(rocking)해졌다.
일렉 기타를 든 케렌 앤(41)은 사이키델릭하면서 블루지한 역량을 마음껏 드러냈다.
6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펼쳐진 음악 축제 '2015 뮤즈 인시티 페스티벌' 현장에서다. 공연주최사 액세스ENT가 공을 들여 섭외한 끝에 2008년 이후 7년 만에 내한공연한 그녀다.
이스라엘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케렌 앤은 그 사이 미국 인디 신에서 인디 팝과 포크 등의 자양분을 축적했다. 이날 역시 단출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아닌 밴드 셋으로 무대를 꾸몄다.
포크 록의 흔적이 묻어나는 '레이 유어 해드 다운(lay your head down)'으로 포문을 연 그녀는 '잇 에인트 노 크라임(It Ain't No Crime)' '슈가 마마' 등 록 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곡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예전처럼 어쿠스틱 기타 하나 들고, 서정적인 감수성이 풍기는 '낫 고잉 애니웨어'를 들려줘도 성숙함이 퍼져나왔다. 목소리와 얼굴에는 한결 여유가 있었다.
펑키하면서 댄서블한 '마이 네임 이스 트러블'을 끝으로 약 50분 공연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케렌 앤을 단순히 '프렌치 팝 뮤지션'으로만 봐선 안 된다. 음악 자체가 강렬한 록 음악으로 탈바꿈된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의 그 여린 감성만 생각했다가는 많은 걸 놓칠 수 있다. 그 만큼 음악적 내공이 탄탄해졌다. 뮤즈의 변신은 무죄였다.
'2015 뮤즈 인시티 페스티벌'은 이처럼 '여성 뮤지션'에서 '여성'을 떼고 뮤지션으로 볼 수 있는 무대였다.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여성뮤지션들로만 라인업이 구성된 축제라 굳이 여성이란 수식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
왜 남자는 그냥 싱어송라이터이고, 여성은 왜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돼야 하는가. 케렌 앤 전후로 무대에 오른 레이첼 야마가타, 김윤아, 조원선, 프리실라 안, 캣 프랭키, 이아립, 라이너스의 담요 등도 그냥 뮤지션일 뿐이었다.
한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을 강타한 이날 입구에서 관객들은 손세정제로 손을 소독한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 쓴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