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이쯤 되면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10년도 더 훨씬 더 전에 어디선가 최시원(28)을 발견하고 그에게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공부해서 그냥 회사 다니는 게 맞다"고 생각했던 최시원은 그룹 '슈퍼주니어'로 10년차 가수가 됐고, MBC TV '그녀는 예뻤다'(극본 조성희·연출 정대윤)의 '김신혁'으로 인정받는 연기자가 되면서 올해 최고의 1년을 살았다. 매해 연말 쓰는 감사 항목이 벌써 70개(작년에는 33개)에 달할 정도다.
미국에서 영화 프로모션을 통해 할리우드 진출 가능성을 본 것, 슈퍼주니어 스페셜 앨범·콘서트, '무한도전' 출연 등 크고 작은 감사할 일이 무수히 많지만 그 정점에는 '그녀는 예뻤다'가 있다. '웃긴 그룹' 슈퍼주니어에서 유일하게 진지한 멤버, 느끼한 미국식 제스처 등으로 다소 거리감 있게 소비됐던 최시원의 이미지를 지우고 본모습을 드러낸 전환점이다.
"제 이미지가 비호감이잖아요. 압니다. '최시원'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양날의 검이 된 것 같다고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어요. ('김신혁'은) 기본적으로 제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아요. 재밌고 유쾌한 걸 좋아하고. 그냥 얘기할 때도 재밌으면 좋잖아요."
'김신혁'은 극에 유쾌함을 더하는 인물이었다. 턱을 뒤덮은 수염과 과장된 표정으로 잘생김은 포기했지만 '김혜진'(황정음)이 주는 단무지를 혀로 받아먹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로 매회 화제가 됐다. '김혜진'을 짝사랑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배려와 사실 천재적인 소설가 '텐'이었다는 설정으로 여심도 사로잡았다.
가수 최시원이 연기에 발을 들인 건 이미 오래 전이다. 이미지와 상반되는 코믹한 연기도 2012년 '드라마의 제왕'에서 진작 보여준 부분이다. 그런데 이제야 연기자 최시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김신혁'이 가진 캐릭터의 힘뿐 아니라 그동안 그가 쌓은 내공이 드디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때가 있나 봐요. 개인 활동, 팀 활동 하면서 훈련을 받았던 좋은 기간을 보낸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다 보니까 숙성이 되고 그걸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때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내공은 다양한 애드리브로 발현됐다. 극중 '우리 결혼했어요' 중국판에 가상 부부로 출연한 모델 리우웬을 언급한 것, 노래방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 것, 오랜만에 다시 만난 '김혜진'과 작별할 때의 태도 등은 현장에서 감독과의 대화로 만든 장면이다.
"저는 "아, 이런!"이라는 대사 애드리브가 제일 좋아요. '지성준'(박서준)과 '민하리'(고준희)가 키스하는 걸 '김혜진'이 못 보게 하려고 막는 장면에서 그 대사를 했는데, '김신혁'의 성향과 성격이 묻어나오는 한 단어였다고 생각해요."
최시원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슈퍼주니어 활동 뿐 아니라 최근 판권을 산 웹툰 '인터뷰'라는 작품의 영화화도 계획하는 중이다.
"항상 꾸는 건 그냥 꿈일 뿐인데, 꿈을 꾸면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해서 노력하면 그게 조금씩은 현실이 되더라고요. 외국에서 오디션을 보고 작품 미팅을 하면서 동양인 배우에게 들어오는 역할이 한정돼 있다는 걸 느꼈어요. 우리가 멋진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전성기를 뒤로하고 최시원은 19일 입대한다. 입대 직전 17일까지 일정은 빡빡하다. 18일 단 하루 가족, 최시원을 "너무 좋아하는"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입대 전에 많은 사랑과 관심 받아서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아쉽기도 하지만 아쉬울 때가 제일 소중할 때잖아요. 지금 이 순간이 (전역 후 맞을) 제 인생의 2막인 30대를 준비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