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통합 삼성물산이 9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하지만 합병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주가하락에 따른 일반 주주들의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 시너지 창출과 이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됐지만, 지금까지는 주주가치 제고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 5월26일 합병 발표 후 9월1일 합병법인인 통합 삼성물산을 탄생시켰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삼성물산 측은 '주주가치 훼손'을 들어 반대에 나섰던 해외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맞서기 위해 일반 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찬성표를 부탁했다.
당시 삼성물산이 일반 주주들에게 내 건 공약은 '주주가치 제고'였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엘리엇 측이 주장했던 주주가치 훼손의 경향이 더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당시 가중평균치를 통해 산출된 합병가액은 제일모직 15만9294원, 삼성물산 5만5767원. 그렇게 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로 결정됐다.
두 회사 합병 시 삼성물산 1주당 0.35주의 제일모직(삼성물산) 주식을 교부한다는 뜻이다. 가령 삼성물산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는 통합 삼성물산 주식 35주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9월1일 합병법인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주가 흐름도 잘 살펴야 한다. 기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주들 모두 합병 후 평가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게 문제다.
9월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총 68거래일 중 종가 기준으로 제일모직 합병가액(15만9294원)을 상회한 경우는 그달 18일까지 총 14거래일(20.6%)에 불과했다.
그러다 9월21일부터는 단 한 차례도 합병가액보다 높은 주가를 나타낸 기록은 없다.
9월21일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최저점은 지난달 16일 기록한 13만5000원으로 합병가액 대비 17.8%가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이 기간 동안 최고점은 10월22일 기록한 15만7500원이었지만 이 역시 합병가액 대비 1.1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주가를 따지더라도 일반 주주들은 현재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9월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삼성물산 평균 주가는 15만3683원이다. 이마저도 합병가액보다 3.7% 낮은 가격이다.
구 삼성물산 주주들의 경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가령 합병가액으로 구 삼성물산 주식 1000주를 보유하고 있던 주주라면 주당 1만59334원으로 총 350주의 통합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제일모직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기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구(舊) 삼성물산 주주였던 한 사람은 "합병으로 시너지를 창출해 주주가치 제고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 합병 후 가시적인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주가 하락으로 인해 구 삼성물산 주식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 피해가 더 커졌을 뿐"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삼성물산 한 관계자는 "합병 법인이 출범한지 100일 밖에 안 됐을 뿐더러, 현재 하고 있는 사업부문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