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국제유가가 폭락을 거듭하면서 원유생산업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트라피규라(Trafigura) 등 일부 중개업체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3위 원유중개업체인 트라피규라의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트라피규라가 올해 들어 일간 300만배럴의 원유를 거래하면서 17억달러(약 2조109억원)의 이윤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이는 창사 22년 만에 가장 높은 이윤이다.
거래업체들은 급증한 유가 변동성을 이용해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콘탱고(Contango)'가 확산되면서 거래업체들은 원유 저가에 사들여 보관해뒀다 가격이 올랐을 때 팔아 치우는 방법으로 이익을 고정시키고 있다.
원유 중개로 돈을 버는 트라피규라와 같은 중개업체들은 가격 변동폭이 밋밋하다면 수익을 내기 힘들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요동을 치기 시작하면서 전례없는 수익을 거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장중 배럴당 34.53달러까지 폭락하면서 저가매수세와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쇼트커버(손절매수)가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트라피규라와 같은 원유중개업체가 미래 수익성 확보를 위한 기회를 포착하고 매수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5분 기준 NYMEX에서 거래된 WTI 계약건수는 지난 100일 평균보다 43%나 급증한 바 있다.
트라피규라의 크리스토프 살몬 최고재무관리자(CFO)는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유가변동성은 우리의 사업에 굉장히 좋은 호재"라며 "아직 유가가 바닥을 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살몬 CFO는 또 "원자재시장에게 2016년도 힘겨운 한해일 것"이라면서도 글렌코어와 같이 생산과 거래를 함께하는 원유업체와 달리 "우리의 사업은 (원자재)가격 자체와 상관없다"고 말했다.
트라피규라 외에도 비톨(Vitol)그룹과 군보르(Gunvor)그룹, 머큐리 에너지 그룹 등 원자재 거래업체들도 높은 이익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