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직후 재일 조선인 1세들은 일본땅 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자비로 책상과 의자를 사들여 버려진 공장에 터를 잡아 ‘조선학교’를 세운다. 처음 540여 개가 넘던 학교는 일본 우익세력의 탄압 속에 이제 80여 개의 학교만이 남게 되었다. 김명준 감독은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의 교원, 학생들과 3년 5개월이라는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이렇게 탄생한 다큐멘터리 ‘우리학교’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매진사례를 이어가며 이미 관객의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탔다. 무국적자 동포들일본 우익세력의 탄압 속에 60여 년이 지난 현재 80여 개의 학교만이 남았지만 일본땅 조선인들의 기상은 여전하다. 조선학교는 ‘우리학교’라는 또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라는 단어가 가�
2차세계대전 실존 여성 스파이의 전쟁과 사랑, 음모를 미스터리 멜로로 엮은‘블랙북’은 실화 사건들에 관한 의문에서 시작했다. 적의 장교의 여자가 될 수 없이 전과를 세운 인물의 활약상 자체도 기이하지만 독일군 장교를 끝까지 구하려고 했다거나, 반역자로 낙인 찍혀 쫓기는 몸이 되는 등의 상황들은 많은 의문을 낳게 한 것.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혹시 그녀는 처음부터 적군이었을까? 아니면 누가 그녀를 조종했던 걸까? 한 여성 스파이를 둘러싼 사건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반전이 도사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폴 버호벤 감독은 기록과 추측, 상상을 보태 이 신화를 완성시켰다. 적의 장교의 여자가 된 스파이2차세계대전 중 탈출을 시도하던 레이첼의 가족은 적군에게 발각되어 모두 죽고, 그녀만 홀로 살아남는다. 더 이상 잃은 것이 없다고 여기며 하
모로코 외딴 사막에서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으로 시작된 비극적인 사건이 모로코, LA, 도쿄, 멕시코의 세계 4개국 사람들과 하나로 얽히면서 각기 고통에 처한 사람들이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바벨’은 성경 속 바벨탑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글로벌 프로젝트의 영화. 2년여의 기간 동안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4개국에서 6개의 언어로 촬영됐다.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챗… 드림팀 도전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모로코로 여행 온 미국인 부부 리처드와 수잔.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리처드의 두 아이들을 데리고 멕시코 국경을 넘는 유모 아멜리아. 사격솜씨를 뽐내려 조준한 외국인 투어버스에 총알이 명중하면서 비밀을 가지게 된 모로코의 유세프와 아흐메드 형제. 엄마의 자살 이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청�
2000년 ‘데이 애프터 데이즈’로 주목할만한 배우 출신 신인 감독으로 알려진 후, 2년만에 다시 선보인 ‘천국의 나날들’로 코냐 먼드루샤 감독은 전유럽 언론이 극찬하는 동유럽의 대표 감독이 됐다. 자국인 헝가리 내부에서도 수많은 영화상을 휩쓸고, 이어서 유럽의 지명도 있는 국제영화제까지 속속 초청을 받고, 수상을 하면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부상한 이 영화는 도시 하층민의 삶에 대한 가슴을 울리는 보고서다. 보스의 정부에게 반하다감옥에서 형량이 반으로 줄어서 출감한 피터는 여권을 만들러 가지만, 아직 서류가 안 되어서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없다는 얘길 듣는다. 여권이 나올 때 까지 누나인 마리카의 집에서 기다리기로 한 피터는 누나의 세탁소에 갔다가 마야가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을 목격한다. 그러나 마야가 낳은 아기는 마리카가 자신의 아이처�
주윤발, 공리, 주걸륜이 장예모 군단으로 만났다. 총 제작비 450억의 블록버스터 무협 액션 ‘황후花’는 중국 당나라 말기의 황실을 배경으로 황제와 황후, 그리고 왕자를 둘러싼 음모와 반란을 화려한 영상과 스펙타클한 액션으로 담아낸 대작이다. ‘연인’ ‘영웅’에 이은 장예모 스타일 무협극에 질려버린 관객일지라도 주윤발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등장은 놓치기 아까운 매력일 듯하다. 중앙절의 반란중국 당나라 말기. 중양절 축제를 앞두고 황금 빛의 국화가 황궁을 가득 채운다. 황제는 갑자기 북쪽 국경을 수비하기 위해 떠났던 둘째 아들 원걸 왕자를 데리고 돌아온다. 황제와 황후, 세 명의 왕자까지 온 가족이 함께 중양절을 보내기 위함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돈다. 오랜만에 황실로 돌아온 원걸 왕자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황�
미국 대통령 부시가 암살당했다. 토론토영화제를 휩쓴 화제작 ‘대통령의 죽음’은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더 큰 진실을 드러내는 대담함의 미학을 갖춘 영화다. 정교하게 마치 사실처럼 부시 대통령의 죽음을 묘사하고 죽음을 둘러싼 미스테리를 풀어가면서 이 영화는 미국의 정치 현실을 비판한다. 저격수에게 총격을 받은 부시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을 하기 위해 시카고에 도착한다. 부시의 정책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은 무사히 연설을 마친다. 하지만 대통령이 호텔을 떠나는 순간, 인근 빌딩에 있던 한 저격수에게 총격을 받게 되고 부시 대통령은 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5시간 만에 사망하고 만다.대통령을 죽인 범인의 정체는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대통령의 죽음으로 혼란과 무질서가 초래 될지도 모른�
엉뚱한 유머와 깊은 철학으로 현대인의 심리와 인간관계의 미묘함을 날카롭게 파고들어왔던 미셸 공드리 감독이 신작 로맨틱 코미디를 들고 나왔다. 감독의 전작 ‘이터널 선샤인’이 헤어지기를 결심한 연인들의 사랑했던 기억을 보여주며 쓸쓸한 공감을 일으켰다면, ‘수면의 과학’은 짝사랑이 이루어지려는 순간의 미묘하고 두근거리는 마음 속을 탐험하며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만드는 영화다. 꿈으로 연결된 운명적 관계멕시코 출신의 스테판은 좋은 일자리를 구해놓았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파리에 왔지만 스스로의 예술적 재능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평범한 달력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스테판은 이웃에 이사 온 스테파니를 흠모하며 그들이 꿈으로 연결된 운명적 관계라고 믿기 시작한다.독심술 기계, 1초 타임�
조총련에게 조국과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본에 실재하는 재일 교포 가정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가족이라는 보편적 감동을 전해주고, 무엇보다 실제적인 북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는 ‘디어 평양’은 아픈 역사 속에 가족의 스토리를 잔잔히 풀어낸 다큐멘터리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월드 시네마 심사위원 특별상’과 베를린 국제 영화제 ‘최우수 아시아 영화상’을 거머쥐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총련 간부 아버지와의 갈등양영희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조총련이 운영하는 학교와 가정에서 ‘조국’인 북한에 충성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 왔다. 하지만 평양으로 ‘귀국’한 오빠들을 만나러 북한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조국의 현실이 이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깝고도 먼 두 나라, 북한과 일본�
불만투성이의 냉소적 지식인과 바른생활 전도청년이 우연한 사건으로 만난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남자가 만나고 대화하고 싸우고 말리면서 쌓아가는 기묘한 우정을 시종일관 유쾌하고 진지하게 펼쳐내 이 영화는 올해 베를린 영화제를 기점으로 시애틀, 까를로비 바리, 홍콩, 시드니 등의 국제 영화제에서 잇달아 러브콜을 받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올해의 한국영화’ 자리를 거머쥐었다. 신동일 감독의 저예산 데뷔작이자 배우 강지환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방문자의 주인 되기 여정‘Host Guest’라는 영문제목이 말해주듯 이 영화는 결국 ‘방문자의 주인 되기 여정’이다. 세상에 대한 불만과 원망으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불만쟁이 시간강사와 강한 신앙심 때문에 정작 세상에 쉽게 섞여들지 못하는 대학원생. 세상을 방문자처럼 힘겹고 외롭게
똑바로 살아라’ ‘말콤X’ 등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해 독설과 비판으로 정면 돌파해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디 시네아티스트의 선두주자 스파이크 리 감독이 이번엔 탁월한 유머 감각을 자랑한다. 기업비리의 집약체인 엔론, 월드콤 등의 사태를 보면서 탐욕과 기만이 훌륭한 통치와 사회적 책임을 대신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는 스파이크 리는 ‘그녀는 날 싫어해’를 통해 비윤리적인 기업문화와 섹스에 관한 논쟁, 그리고 미국의 위선을 풀어내고 있다. 이번 영화의 포인트는 그의 전작들에서 볼 수 있었던 ‘독기’대신 ‘유머’를 선택했다는 것. 침대에서부터 회의실까지 미국의 태도하버드 MBA 출신으로 제약회사 중역인 존 해리는 그의 상사의 부적절한 비리를 폭로했다가 해고당한다. 밀고자로 낙인 찍혀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게 된 존은 이제 생
딸들에게 사랑한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말해주기, 남편에게 어울릴 아이를 좋아하는 새 아내 찾아 주기, 아이들이 18살 될 때까지의 생일 축하 메시지 녹음하기…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스물 셋의 여자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10가지 리스트를 만든다. ‘나 없는 내 인생’은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미국의 유명한 단편소설 ‘침대를 뗏목 삼아’를 모티브로 만들어낸 일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잔잔한 성찰의 메시지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10가지17살 너바나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만난 남편과 첫 키스를 하고 첫 사랑을 나누고 첫 아이를 낳은 앤은 남루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6살, 4살 된 두 딸과 일 년의 반 이상은 실직 상태인 남편과 함께 친정 엄마 마당 한구석에 있는 트레일러에서 거주한다. 그녀는 낮에는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대학의 �
인간이 되기 위해 인간의 간을 노리는 구미호 가족이 도시에 떴다. 재주를 넘고 미모로 인간을 유혹하고, 사랑에 마음이 약해지는 구미호의 특성을 죄다 갖춘 이들의 허점은 무섭기 보다는 어설프다는 것. 전형적인 기획물인 ‘구미호 가족’이 과연 추석 극장가 관객을 홀릴 수 있을지 따져봤다. 인간이 되기 위해 도심에 나타난 구미호가족을 사랑하지만 어수룩하고 소심한 아버지 구미호, 섹시한 외모를 가졌지만 발정에 가깝게 밝히는 첫째 구미호, 항상 아버지와 티격태격하는 단순 무식한 아들 구미호, 귀여운 꼬마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막내 구미호. 인간이 되고 싶은 네 마리의 구미호 가족은 천 년이 되는 날 인간의 싱싱한 간을 먹으면 진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품고 천 년 되는 날을 한 달 남겨둔 채 도시에 나타난다. 그리고 �
근친상간이라는 범죄 속에 사지절단, 사고사 등의 폭력적 이미지가 펼쳐진다. ‘기묘한 서커스’는 세계적인 컬트영화 ‘자살 클럽’의 소노 시온 감독의 차기작으로 일본 B급 에로틱 스릴러 영화의 틀과 판타지 요소를 결합, 형이상항적인 코드로 뒤범벅된 독특한 작품이다. 베를린 국제영화제관객상을 수상했다.훔쳐보기, 근친상간, 사고사…교장인 아버지와 아름다운 어머니를 둔, 부유한 집안에서 살고 있는 12살 난 외동딸 미츠코는 자신이 길로틴에서 태어났다는 황당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부모의 성교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된 후 아버지에 의해 구멍을 뚫어 놓은 첼로 가방에 억지로 들어가 부모의 성교를 훔쳐보도록 강요당한다. 그 후,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그녀는 자신을 질투하는 어머니가 사고로 죽은 후 아버지의 여자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충격에 끊임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