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전출을 요구한 전경에 이어 촛불집회 진압에 나섰던 의경이 양심선언을 했다.
서울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이길준(25) 이경은 27일 저녁 7시 서울 신월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의경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와 진보신당 이덕우 공동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참석했으며, 시민단체 회원 10여 명이 함께 했다.
이 이경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3일 2박3일간의 '촛불 집회 특별 외박'을 나오면서 그는 '절대 내 발로 다시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이경은 지난 5월 31일 밤과 6월 1일 새벽 사이 약 4만 명의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고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마구잡이로 진압하던 때 진압경찰대 맨 앞에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광화문 진압대에 있었다고 했다.
이 이경은 '나는 저항한다'라는 글을 통해 "의무경찰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복무하게 된다면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며 "의경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권력에 의해 원치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경은 "권력은 언제든지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우리에게 시민들을 적으로 상정하게 하고 언제든 공격할 태세를 갖추도록 만들어 놓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이 이경은 "방패를 들고 시민들 앞에 설 때, 폭력을 가할 때, 저희는 그런 명령을 거부할 생각을 못하고 주어지는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날들이 반복되고 제 인간성은 하얗게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이경은 "힘든 시간 동안 도피를 모색했지만 더 이상 도피는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명령에 순응하면 스스로 이율배반적이고 껍데기에 불과한 인간으로 남을 것이란 불안감이 있었다"며 양심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비장한 각오로 투쟁을 선하고 싶진 않다"면서 "저항의 과정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내 내 구타나 가혹행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타나 가혹행위는 분명 있었다"고 말한면서 가해자나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타나 가혹행위를 가져오는 구조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양심선언 계기에 대해서는 "계속된 부당한 명령에 대해 거부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의경생활하는 동안에 조금씩 커졌다"면서 "부모님이 만류했지만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 부모님이 나를 많이 믿기에 양심선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의스러운 목소리를 통해서 내 삶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이덕우 공동대표는 "문제가 된 전투경찰대설치법은 위헌이라는 논의가 많았다"며 "1991년 박석진 전경이 헌법재판소에 낸 위헌소송에서 재판관 9명 중 5명이 합헌, 4명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 합헌 판정을 받은 뒤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다시 위헌 여부를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의경 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이번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정부 때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이 안 된 게 잘못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아직도 국민과 대화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앞으로 4년 6개월 내내 이처럼 국민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젊은이들을 앞에 세우고 뒤에 숨어 있을 것인가"라고 말하며 "더 이상 젊은이들을 진압의 도구로 몰아내지 말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특정한 전쟁에 가서 명령을 거부할 경우까지도, 양심의 소리로 인정하는 것이 오늘날 국제 사회 인권의 수준"이라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은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인권을 실현시켜야 할 도덕적, 법률적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이경은 '촛불소녀'가 그려진 빨간 티셔츠 위에 짙은 의경 전투복을 입고 양심선언을 한 뒤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상의를 벗는 짧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 이경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전·의경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신월동 성당 요셉관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이 이경을 체포하기 위해 신월동성당 기자회견장에 수 십명의 사복경찰들이 난입했지만 나승구 주임신부의 강력한 퇴거 요구로 성당 밖으로 나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성당 앞마당에서는 시민단체와 아고라 회원 50여명이 촛불집회를 열기기도 했다.
올해 2월 의경에 지원입대한 이 이경은 지난 25일 2박3일짜리 특별외박을 끝내고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농성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기독교회관 출입통제와 부모의 만류로 회견을 취소한 바 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이 이경은 만류하는 부모를 설득해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면서 "기독교회관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신월동성당으로 무작정 찾아와 기자회견과 농성을 주임신부에게 부탁했다"고 그동안 과정을 설명했다.
또 오 사무국장은 "이 이경과 부모와의 여러이야기를 나눈 가운데 오늘 하게 됐다"면서 "이 이경의 양심선언에 시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월동성당 나승구 주임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 사무처장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이경에 대해 검거 명령을 내렸으며, 이날 경찰도 성당 주변에 1개 중대 전경을 사복을 입혀 감시하게 했고, 이들 전경들에게 이 이경의 얼굴을 복사한 전단지를 돌려 주변사람들을 감시하게 했다.
또한 20여명의 사복경찰 들도 주택가 주변곳곳에 배치했다.
한편 양천경찰서장이 나 주임신부와의 정식 면담요청했고, 나 주임신부는 허락하여 이날 밤 10시 15분쯤 성당에 양천경찰서장이 나타났다. 일부 시민은 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양천경찰서장의 출입을 막았으나 주위의 만류에 나 주임신부와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약 20분동안의 양천경찰서장과 나 주임신부와의 면담이 이루어졌지만 면담내용은 양측 모두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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