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세난이 가중되자 중저가 주택 매매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 데다 10억원을 훌쩍 넘는 지방 고가 집값에 서울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며 다시 거래가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4452건으로 전월 거래량(4369건)을 넘어섰다.
신고 기한이 30일인 점을 고려하면 11월 거래량은 이달 말까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 11월 신고 기한이 보름가량 남아있기 때문이다.
6·17대책, 7·10대책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 이후 한동안 거래가 주춤하던 서울 거래량이 9월 3763건을 저점으로 10월과 11월 빠르게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임대차법 이후 나타나는 극심한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중저가 주택 매매로 눈을 돌리면서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11월 자치구별 거래량을 보면 구로구가 370건으로 전달(234건)보다 58.1% 증가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서울 외곽 지역에 위치한 구로구는 상대적으로 중저가 주택이 많은 편이다.
다만 최근 나타나는 거래 증가가 중저가 주택 중심의 매수세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구로구에 이어 두 번째로 거래량이 많이 늘어난 곳이 강남구이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11월 293건이 거래돼 전달(215건) 보다 36.2% 늘어났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외곽 지역뿐 아니라 서울 강남권 고가 단지에서도 매수세가 활발해지며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수도권 비규제 지역과 지방 아파트 값이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울 외곽지역의 웬만한 아파트 값보다 비싸지자 오히려 서울 아파트 상승 여력이 큰 것 아니냐는 심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역(逆)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경기도 파주시 목동동 '운정신시도시센트럴푸르지오' 34평형 아파트가 지난달 22일 9억10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또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용지더샵레이크파크' 34평형 아파트는 10억8000만원(18층)에 실거래 됐다. 울산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1단지' 33평형은 지난 10월25일 12억원(8층)에 거래돼 같은 면적 중 신고가를 기록했다.
집을 사려는 매매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정도를 나타내는 수급지수가 최근 '매도자 우위'로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10월 초부터 8주 연속 기준선인 100 아래에 있었으나 지난 11월30일 100.2로 반등한 뒤 지난 7일 102.2를 기록해 2주 연속 기준선을 웃돌았다. 이 지수가 100 위로 올라가면 주택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우리나라는 국내의 경기 상황이 집값을 크게 떨어뜨린 적은 없다"며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같은 대외적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내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심리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시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