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헤드헌팅 업체 HR코리아(www.hrkorea.co.kr)가 지난해 직장인 7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 직장과 같은 업종에 근무하되 회사를 바꾸고 싶다는 ‘이직’ 희망자가 31.1%, 다른 업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전직’ 희망자는 3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도 8%나 됐다. 한편, 온라인 채용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이·전직을 준비중인 직장인 1,620명을 대상으로 이·전직을 결심하게 된 동기에 대해 물은 설문조사에서 4명의 1명 꼴인 25.2%가 ‘역량보다 낮은 평가’를 꼽았다. 또 ‘현 직장에서는 더 이상 경력을 쌓기 어려워’ 이직을 결심했다는 응답이 19.3%로 2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연봉 불만(13.4%), 상사와의 불화(13.0%)가 뒤를 이어 직장인들은 연봉보다는 자기계발에 관심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이같은 결과는 지난해 하반기 같은 조사에서 ‘불투명한 회사비전’(20.1%)과 ‘낮은 연봉’(19.2%)이 주 동기였던 것과 차이가 난다. 즉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져 소속회사의 비전이 나 대우보다는 개인의 능력계발이나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지 여부가 전직의 관권이 됐다.
전직을 희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기만족을 느끼며 생활하고자 하는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IMF 이후 전직에 대한 인식변화 커
잡코리아 기획서비스본부 정유민 이사는 “IMF이후 이·전직에 대한 직장인들의 인식변화가 최근의 이·전직 실태를 가늠하는 중요한 잦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직장인들이 ‘승진 자격 박탈, 상사와의 갈등, 급여 불만 등의 큰 문제가 없는 한 기존의 직장을 참고 다니려는 경향이 높았다”고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뿌리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이후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평생직장에 대한 믿음이 깨졌고, 그보다 개인의 경쟁력 제고에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로 과거에는 헤드헌터로부터 이·전직 제의를 받으면 보수를 첫 번째 기준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자기계발과 쾌적한 업무 환경 등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한다.
고용시장 불안 심리도 한 원인
전직이 성행하는 또 다른 원인은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용시장의 불안 심리가 직장인들로 하여금 안정된 직장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잡코리아가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473명에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퇴직 연령”을 물은 조사 결과 48.3살이 ‘체감 정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26.2%가 45~49살을 체감 정년으로 꼽았으며, 50~54살(25.2%), 40~44살(19.5%), 55∼59살(19.2%) 등이었다. 또 이들의 절반인 45.8%는 제도적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으로 전직을 생각해 본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인들이 그만큼 실업의 위기감속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이지연 박사는 “이·전직이 성행하는 것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에 대한 모집을 늘리고, 고용시장 전반에 걸쳐 불안 심리가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