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1989년 6월 20일 창간 이후 발행인이 한자리를 지키며 ‘정론직필’(正論直筆)의 기치로 쉼 없이 달려온 <시사뉴스>는 올해 창간 34주년을 맞게 됐다. 창간호에서 언론 최초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충격적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도해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본지는 권력과 자본의 힘에 굴하지 않고 오직 서민의 편에서 정론의 길을 걷겠다는 각오 하에 창간 당시부터 파격적인 보도로 숨겨진 진실을 전하는 데 앞장섰다.
정치권력에 망설임 없는 ‘쓴소리’
<시사뉴스>는 계엄군의 공식 발포시기인 1980년 5월 21일 이전에 발견된 처참한 시신들의 사진과 금남로를 가득 메운 민주화 열기를 담은 화보를 게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사뉴스>는 보도가 나간 직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로부터 수정 요청을 받았으나 본지는 국가기관 등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발행을 멈추지 않아 창간호 5판 인쇄 8만부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다.
이처럼 진실 보도에 대한 굳은 의지는 본지 강신한 창간 발행인에 대한 테러로까지 이어졌다. 강신한 발행인은 ‘제13대 국회 해산하고 14대 총선 다시 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의 하나로 꼽히는 1991년 3당 통합(당시 민정당, 민주당, 공화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때문에 서울 강남의 R호텔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본지 발행인은 괴한 3명에게 전치 3주에 해당하는 폭행을 당했고, 이는 사상 초유의 언론인 테러사건으로 기록됐다.
또한 1993년 7월호 ‘금융 마피아, 이원조에 의해 쓰러져간 기업들’을 통해 5공 시절 ‘부실기업’이란 누명하에 쓰러져갔던 수많은 기업의 비화를 파헤쳤다. 1993년 8월에는 ‘삼청교육이 이기동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절친한 선후배지간이었던 코미디언 배삼룡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인기 연예인이었던 이기동씨가 삼청교육대에 차출된 사건을 폭로했다.
감시 · 미행 등 문민정부의 언론탄압에 맞서
특히 1996년 2월부터 시작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와의 싸움은 <시사뉴스>의 정론직필 자세를 보여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1996년 2월 본지는 기무사의 내부 인권탄압을 고발했다. 기무사는 김영삼 문민정권하에서도 내부 개혁을 빌미로 고급간부들을 전역·전출시켜 인사권을 남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당시 임재문 기무사령관이 자신의 아들을 기무부대로 보직시키고 다른 사병도 청탁을 넣어 기무부대 군사과에 보직시킨 사실도 폭로됐다.
이 같은 내용의 기사보도 후 불과 2시간 만에 기무사 언론과장이 본지를 방문해 “조치해 버리겠다”며 협박을 가했고, 이후 기무사의 언론탄압이 이어졌다. 전화도청은 물론 발행인 미행, 회사 주변 감시 등 문민정부에서 상상하기 힘든 언론탄압이 자행됐다. 이에 본지 기자단은 같은 해 5월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의 불법적 감시미행과 언론탄압 중지를 촉구했으며, 유수의 언론사가 대거 참여해 세간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그런데도 발행인과 당시 취재부장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등 압력이 끊이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86개 시민단체가 이에 반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약 1년간 특수정보기관의 압제에 저항하는 등 한국 언론 사상 가장 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지방검찰청 한희원 검사가 본지 사건의 수사를 편파적으로 일관했다는 상급기관의 감찰 결과에 따라 몇년 후 검사직에서 해임된 사실이 추후에 밝혀지기도 했다.
대기업 부정부패와 사회부조리 고발
2000년 5월에는 파스퇴르유업 최명재 회장과 기업의 불량유통 실태를 고발하는 등 사회적으로 만연한 부정부패를 고발했고, 2003년 두산중공업 전 노조대의원 배달호씨의 분신자살 사건을 밀착 취재, 사측의 노조원 탄압 실태를 세상에 알렸다. 또한 두산그룹의 특혜성 BW 발행과 편법 증여 의혹 제기 등 두산그룹의 비리와 의혹을 잇달아 파헤쳐 노동자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얻었다.
같은 해 6월 <시사뉴스>는 국내 최대 로펌회사 김&장 법률사무소가 진로그룹의 법률자문이 끝난 지 불과 1년여 만에 이 그룹의 적대적 M&A 의혹을 받는 골드만삭스의 법정 대리인으로 나선 것을 지적, 윤리성 문제를 제기해 시민단체의 관심을 촉발했다. 취재과정에서 김&장 측은 보도를 막아줄 것을 수차례 요청하고 협상을 제시해 왔지만 <시사뉴스>는 자본과 권력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민중의 편에 서서 사회병폐를 바로잡는 데 앞장섰다.
2016년에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인 정윤회, 최순실, 정유라 관련 의혹도 1년 전인 2015년에 단독 취재를 통해 보도했다. 권력 핵심과 한국마사회 관련 의혹에 대한 본지의 보도에 마사회 측이 본지를 상대로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7년 2월에는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롯데아울렛 청주점 부지 분쟁과 인허가 과정 비리에 롯데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제보를 받고 심층 취재에 들어갔다. 같은 해 8월, 롯데 일부 계열사들이 하청업체 갑질 논란에 이어 성 접대 · 금품수수 등을 강요했다는 폭로가 나와 경악하게 했다.
2021년 4월 인천 효성지구 도시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며 남은 주민들과 사업시행자 ㈜제이케이도시개발(JK도시개발)의 마찰이 격렬해지는 과정과 원인을 심층 취재했다. 2021년 5월에는 4월에 평택항에서 20대 청년 노동자가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지는 사고를 현장 취재하여 계속되는 안전불감증을 보도했으며, 같은해 7월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갑질 논란을 취재하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실효성을 제기했다.
2021년 8월에는 2021학년도 대입 수시·정시 대학별 최종 등록률 심층해부 취재했으며, 9월에는 2022학년도 대입 분석 및 수시 지원전략을 보도했다. 또한 등록률 상위 지역대학 시리즈로 심층 취재했다. 같은해 9월에는 국내 언론사상 최초로 전국 250개 기초지자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 인구대비 확진자 비율등을 분석하여 전국 권역별 확진자 현황을 6회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