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한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정직 구제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12월22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보복·난폭 운전과 승객을 상대로 폭언을 일삼아 정직 처분을 받은 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사측의 징계 조치는 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시내버스 운송업체 A사는 2020년 10월 소속 근로자 B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정직 50일 처분을 내렸다.
사유는 교통사고 발생, 교통법규 위반, 민원 유발, 회사 지시 위반 등이었는데, 민원에는 B씨가 난폭운전을 자행한 정황이 다수 담겼다.
B씨는 승객이 하차하고 있는 도중에도 버스를 출발시키고, 차선을 넘나들며 급정거·출발을 반복했으며, 앞 차량을 상대로 과하게 경적을 울려 승객의 불안감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나치게 서행으로 버스를 운행해 불만을 토로하는 승객에게 '택시 타고 다녀라' '빨리 가도 X랄, 늦게 가도 X랄' 등 폭언을 일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 중에는 B씨가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달리다 화가 난 보행자와 차량 내 몸싸움을 벌이거나, 주변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는 보복운전 정황도 담겼다.
B씨는 정직 처분에 반발해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듬해 5월 B씨는 상급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같은 해 7월 구제신청이 인용됐다. 사측의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할 수 있지만, 징계 양정이 과중해 재량권 한계를 일탈·남용했다는 게 당시 중노위 판단이다.
재심판정 직후 A사는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명무실한 징계 관행으로 교통사고가 잇따르자 사측은 2019년부터 근로자를 상대로 안전교육을 단행했고, 2020년 1월부터는 취업규칙상 징계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회사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는 게 주장의 요지다.
특히 사측은 B씨가 2020년 3월부터 6개월 동안 난폭운전 등 민원만 9건에 달했고, 교통법규를 어겼을 뿐만 아니라 피해금액 400만원이 넘는 교통사고를 냈기에 취업규칙상 정직 처분은 양정기준에 부합하다고도 강조했다.
법원은 회사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보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앞서 중앙노동위는 회사 취업규칙에 교통사고 피해 금액을 구간 별로 나눠 정직 일수를 규정했지만, 사실상 사측이 대부분 교통사고에 대해 견책 처분을 내린 관행을 근거로 징계 양정이 부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징계 관행이 사실상 관행을 넘어 일반적인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 사실로 승인됐다거나 제도로 확립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회사는 2019년부터 교육을 통해 징계양정기준을 설명하고 주지시켰는데, 다른 근로자들이 내용을 숙지한 반면 이 사건 근로자가 교육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노동위가 단순 민원 유발 행위 횟수만으로 징계양정을 구분한 기준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은 일부 수긍이 간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근로자는 6개월 미만 기간 9회의 민원을 받았고, 기준에 따르면 '해고' 사유에 해당함에도 회사는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짚었다.
특히 재판부는 "해당 근로자의 민원은 대부분 난폭운전이고, 민원을 받을 때마다 자필 사유서를 작성했지만 운전습관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일부 민원은 도로 중간에 승객을 하차시키고, 승객 하차 중 버스를 출발시키는 등 엄정한 처분이 요구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