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된 노동 단체가 '불법적 강제 해산'이라며 경찰을 비판한데 대해 경찰은 '명백한 불법 집회'에 따라 강제해산 했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경찰의 야간 문화제 강제해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투쟁은 "전날 윤 정부의 경찰은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와 문화예술인들의 대법원 앞 문화제를 강제 해산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은 불법적 폭력을 행사했고, 다수의 문화제 참가자가 다치고 실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경찰은 서초역 3번 출구 쪽으로 참가자들을 강제 이격했고, 그 자리에서 노숙하는 우리를 향해 조명을 비추고 해산 명령 방송을 하는 등 밤새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불법은 윤석열 정권과 경찰이 저질렀다"며 "이 같은 경찰의 폭력적 진압은 윤석열 정권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전부 차단하겠다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강조했다.
전날 해산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구급차로 옮겨졌던 차헌호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은 목에 깁스를 한 채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도 했다.
차 지회장은 "700명이 넘는 경찰이 대테러 진압을 하듯 우리를 질질 끌고 갔다"며 "우리가 무슨 큰 불법을 저질렀다고 그렇게 무자비하게 사람을 끌고 갈 수 있냐"고 지적했다.
평화적 문화제였음에도 경찰이 법적 근거도 없이 불법적인 폭력을 행사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위원은 "이날 오전 1시께 이격된 채 앉아있던 우리에게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 등을 운운했다"며 "하지만 인권침해감시단 및 변호사들이 법적 근거를 대며 항의하자 경찰이 물러서는 그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도 "이번 해산 과정에서 경찰권 행사에 합법은 하나도 없었다"며 "민주 사회에서 이 같은 반헌법적인 행위가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것이 정말 아이러니했다"고 전했다.
반면 경찰은 이들 단체가 불법집회를 진행해 강제해산했다는 입장이다.
서초경찰서는 이날 "사전 공동투쟁 측에 시민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장소에서 순수한 문화제로 진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횡단보도상 플래카드 선전전, 대법원판결에 대한 집단적 구호 제창, 대법원 100m 이내 미신고 집회 등 불법집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불법집회에 대해서는 주최자는 물론 참가자도 엄정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전날 대법원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박2일 노숙 문화제가 미신고 집회라고 판단, 강제 해산에 나섰다. 경찰 700명이 동원된 강제해산 과정에서 문화제 참가자 3명이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는 등 10여명이 다쳤다.
이후 전날 오후 11시30분께 서초역 앞 공터로 이격된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서 노숙에 돌입, 이날 오전 8시30분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금속노조와 공동투쟁이 대법원 앞 같은 장소에서 연 야간 문화제도 같은 이유를 들어 강제 해산하고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