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의 원작이 된 작품 연극 <사중주>가 지난 12일부터 대학로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1년 게릴라극장의 ‘브레히트 ± 하이너 뮐러 기획공연’ 세 번째 무대인 이번 작품은 극단 쎄실 대표이자 파격의 연출가 ‘채윤일’이 연출을 맡아 두 남녀의 욕망이 부딪치는 적나라한 성애(性愛) 묘사로 다시 한 번 충격과 전율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브레히트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독일어권 극작가’ 하이너 뮐러의 연극 <사중주>는 바람둥이 정부 ‘발몽’에 대한 ‘메르퉤이유 후작부인’의 지독한 사랑이 불러 일으킨 비극적 관계를 그린 이인극이다.
희곡의 원작인 18세기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1782)]는 한국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와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위험한 관계>, ‘밀로스 포먼’ 감독의 <발몽>, ‘로저 캠블’ 감독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등의 영화로 만들진 바 있다.
애정문제의 세밀한 심리분석과 퇴폐적인 사교계에 대한 뛰어난 묘사, 여기에 성(性)을 중심으로 인간의 관계에 대한 철학과 남성위주의 역사에 대한 여성성의 저항과 반란 등이 시대와 국적을 초월하여 많은 예술가들을 사로 잡았다.
하이너 뮐러에 의해 연극으로 탄생한 작품은 “프랑스 혁명 전의 살롱, 제3차 세계대전 이후의 벙커”라는 무대 지시문 이외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발몽’과 ‘메르퉤이유 후작부인’, 두 명의 인물만으로 무대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운다.
<사중주>는 두 명의 등장인물이 성(性)을 바꾸어가며 네 명의 인물로 분해 광적인 논쟁을 통해 사중주를 이루어낸 것을 뜻한다.
종말적 분위기를 풍기는 시공간이 모호한 조합 안에서 파편처럼 흩어지는 시적이고 은유적인 대사와 순식간에 벌어지는 다양한 역할 바꾸기를 통해 연극적인 묘미를 한껏 전할 것이다.
연출가 채윤일은 “살롱 분위기에서 재난 혹은 전쟁으로 인하여 지구종말에 이르는 과정 그 자체가 이 극의 전개과정”이라며 “역할 바꾸기를 통한 성별의 해체를 통해 남성 여성 구별 이전의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사랑의 평등성”을 보여준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경성스타>로 올해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배보람’이 메르퉤이유 후작부인 역을 맡고 연희단거리패의 4대 햄릿으로 활약하고 올해 초 영국연출가 알렉산더 젤딘이 연출한 <맥베스>에서 맥베스로 열연한 ‘윤정섭’이 발몽 역을 맡았다.
연희단거리패에서 가장 주목 받는 차세대 주역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관극 포인트.
공연은 다음달 5일까지 게릴라 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