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백제문화제의 기원이 된 제례와 불전 행사를 이번 제57회 백제문화제를 통해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이는 백제문화제의 모티브가 각종 제례행사에서 비롯됐고 현재에 이르러 56개의 프로그램으로 확대, 발전됐기 때문이다.
부여군(군수 이용우)은 지난 1955년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주축이돼 시작된 백제말 삼충신(성충, 흥수, 계백)을 기리기 위한 제례행사와 백마강에 몸을 던진 백제여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수륙재 등 총 8종의 제․불전 행사를 마련하고 제57회 백제문화제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백제문화제는 행사 첫날인 다음달 1일 오전 10시 계백장군이 무예를 연마했다는 전설이 깃든 충화면 천등산 정상에서 ‘혼불’을 채화하는 고천제(告天祭) 행사로부터 막을 올린다. 고천제는 하늘에 제전의 시작을 고한다는 의미로 고대 부여의 제천의식인 ‘영고(迎鼓)’를 재현하는 듯하다.
이날 채화된 혼불은 계백장군을 비롯한 성충, 흥수, 복신 등 백제말 여덟 충신들의 위폐가 모셔져 있는 충화면 지석리 팔충사(八忠祠)에 잠시 안치된 가운데 12:00부터 1시간여 동안 지여주민 등 100여명이 참여하는 팔충제(八忠祭)가 봉행된다.
팔충제가 끝난 후 혼불은 양화면 나루터로 옮겨져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장장 3시간여 동안 백마강 뱃길을 이용한 수로봉송에 들어가 최종 목적지인 부여읍 금성산 성화대에 안치돼 행사기간 내내 불을 밝히게 된다.
같은 날 혼불이 안치된 부여 금성산 성화대에서는 지역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비시대 6대왕 123년간 나라를 수호하고 찬란한 문화와 예술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도와준 일산(日山), 오산(吳山), 부산(俘山)의 삼산 신령에게 백제문화제의 개막을 고하고 군민화합과 발전을 축원하는 제전의식인 삼산제(三山祭)가 열린다.
이어 개막 이틀째인 2일에는 부여읍 능산리 백제왕릉원 일원에서 지역주민, 관광객 등 200여명이 함께 참여해 사비천도 후 재위했던 26대 성왕에서부터 31대 의자왕까지의 6대 왕들의 성덕을 기리고 업적을 추모하는 백제대왕제가 오전 11시부터 1시간여 걸쳐 진행된다.
이튿날인 3일에는 백제말기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성충, 흥수, 계백 등 백제 삼충신의 구국충절을 추모하는 제전의식인 삼충제(三忠祭)가 부여읍 부소산에 위치한 삼충사(三忠祠)에서 봉행된다.
여기에 낙화암에서 몸을 던져 충절을 지킨 궁녀와 백제여인의 숭고한 정절을 추모하는 불교의식으로 백제문화제의 모티브가 된 수륙재(水陸齋)가 오전 11시부터 장장 5시간여 동안 정림사지 일원에서 불교신도 등 1500여명의 참여로 진행돼 57년 전 백제정신을 되살리려한 지역주민들의 의지와 노력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백제말 나당 연합군에 의해 사비성이 함락되던 날 절개를 지키고자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백제 여인들의 숭고한 충절을 추모하는 궁녀제(宮女祭)가 4일 오전 11시에 부소산 궁녀사에서, 백제말 황산벌 전투에서 구국충정의 한을 안고 산화한 무명의 오천결사대의 넋을 위령하는 제의식인 오천결사대 충혼제(五千決死隊忠魂祭)가 5일 오전 11시부터 서동공원 내 충혼탑에서 각각 봉행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금년도 백제문화제의 모든 제례․불전 행사의 막이 내리게 된다.
군 관계자는 “백제문화제의 모티브가 된 제례와 불전 의식은 왜 백제문화제가 존재해야 되고 발전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며 “57년 전 백제여인들의 넋을 추모하려 했던 지역주민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큰 감동을 줄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도 좋은 교육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