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0일 오전 서울 시내 고사장 앞은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학교 후배들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이날 새벽부터 각 고사장 앞으로 모여든 고교 1, 2학년생들은 자교 수험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목소리 높여 응원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응원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들거나 미리 준비한 차와 과일 등을 나눠주며 수험생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서울시교육청 제18지구 제1시험장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등학교 앞에는 국립국악고와 세화고, 반포고 학생들이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들은 "물러나라, 세화대감 나가신다", "형님, 믿습니다", "목멱의 기를 받아 수능대박" 등 다양한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펼쳐들었다. 또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을 향해 "대박나라", "힘내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과일과 초콜릿 등이 담긴 상자를 수험생들에게 나눠줬다.
국악고 학생들은 판소리 춘향전 '사랑가'의 한 대목을 패러디한 "이리 오너라, 수능대박" 응원가를 불렀다.
국악고 심성욱(18) 학생회장은 "오늘 거의 모든 전교 남학생이 이 자리에 참석해 응원을 하고 있다"며 "수험생들 모두 시험을 잘 봐 내년에 이 곳에서 다시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제13지구 제15시험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고등학교 정문 앞 역시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문일고·대영고·우신고·장훈고에 재학 중인 1, 2학년생들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담요로 무장한 채 응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일고 학생들은 일렬로 서서 교가를 부르며 연신 "문일을 보여줘" 등의 구호를 외쳤고 대영고 학생들은 수험생들에게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주고 '수능대박'을 기원했다. 소수정예로 응원단을 꾸린 장훈고 응원단은 휴대용 버너와 주전자를 준비해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차를 전달했다.
문일고 2학년 양창규(18)군은 "어젯밤에 자리를 맡아놓은 뒤 인근 찜질방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왔다. 수험생 모두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다"며 "한편으로는 나도 곧 수험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긴장된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오전 5시에 도착했다는 대영고 심재우(19)군은 "선배들에게 재수는 없다"며 "힘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배정한 제15지구 제26시험장 서울 종로구 경운동 경운학교는 떠들썩한 응원은 없었다. 고사장 안까지 수험생과 동행하는 학부모들의 모습도 다른 곳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만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고 꼼꼼하게 수험표를 확인하는 수험생, 자녀를 들여보내 놓고도 차마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두 손을 모은 학부모들의 모습은 여느 시험장과 다르지 않았다.
이 곳은 이른 아침부터 장애인 콜택시라고 적힌 차량이 하나둘씩 들어와 수험생들을 실어날랐다. 학부모도 고사장 안까지 동행했다.
이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뇌변병장애 2급 이선지(19)양은 "3년간 특수학교 대신 일반 학교를 다니며 고생했던 것이 생각난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만큼 시험을 잘 봐서 멋진 대학생활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뇌변병 장애 1급 김승옥(19)군은 "몸이 불편해 일반 학생들보다 비록 공부는 많이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를 것"이라며 "그동안 공부한 문제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