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의 경우 여성입장에서는 살인보다 더 심한 고통을 주며 한 여성의 인생도 뒤바꿔 놓는다”
소설 '도가니'의 공지영 작가가 29일 오후 대법원 양형위원회 주최로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아동·장애인 성범죄 양형의 개선방향에 관한 공개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공 작가는 "성범죄가 살인죄만큼 엄청난 범죄이라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며 "피해 여성들에게는 살인보다도 더 큰 고통이며, 한 여성의 인생을 뒤 집어 삶을 짓밟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욱이 아동이나 장애인들은 겁에 질리고 주눅 든 상황에서 반항을 할 수 없으며, 그 행위에 대한 판단조차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일반인의 입장에 비춰 내려진 판결 내용을 보면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청소년들은 성범죄 형량이 가벼워 이를 살인죄만큼 중하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범죄는 중독성과 반복성이 강한 범죄라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라도 강도나 살인한 만큼 큰 범죄라는 걸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고, 성범죄 형량을 통해서라도 인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최근 몇 년간 우리사회 성폭력 관련 대책은 사후약방문식이고, 여론에 편승해 처벌강화 등에 대안만을 내놓는다"라며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피해신고율이 낮은 점 등을 감안해도 처벌 대상은 전체 가해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 예방과 안전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폭력 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친고죄라는 것"이라며 "성범죄의 85%는 가족이나 친척 등 친족에 의한 것으로 가까이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가해자들에 의해 일어나는 범죄의 본질적 특성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주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은 "현재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은 조두순 사건 등 성범죄 사건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변경돼 높일 수 있는 부분까지 높여져 있다"며 "사건에 대해 판사 등 법관이 양형 요소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전 양형위원회 전문위원 박영식 변호사는 "1차 양형기준에 살인과 함께 성범죄가 포함됐고 이후 나영이 사건 등으로 양형 기준이 많이 강화된 상태"라며 "성범죄 유형이 다양해짐에 따라 통일된 양형기준으로는 판단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양형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변호사는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합의 자체를 단순하게 보는 것은 피해야 된다"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가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으로 법원에서는 좀 더 다각적으로 심도 있게, 어떤 배경에서 이뤄졌는지를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는 지난 21일 열린 37차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하고, 공청회와 대국민 설문조사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양형위원회는 우선 종전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강제추행죄(13세 이상 대상)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로만 구분됐던 성범죄 유형에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국민들의 법 감정을 감안해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물론,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의 권고 형량 범위를 상향하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