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21일 "전근대적 수사체계의 낡은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이날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열고 "선진화된 형사법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차장은 "돌이켜보면 경찰조직이 저에게 준 혜택에 비해 제가 조직에 기여한 바가 너무 보잘것없어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며 "특히 수사권 조정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연초에 형소법 개정 논의가 시작돼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을 때 가슴이 뛰었고 13만 경찰이 똘똘 뭉쳐 57년만에 수사권관련 형소법 개정을 이끌어 냈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제시된 대통령령은 6월의 희망과는 거리가 멀어 안타깝기만 하다"고 전했다.
박 차장은 또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을 게을러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특히 중간 관리자가 최일선 현장경찰관들의 어려움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감하고 해소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국민은 없는지 수사 편의주의적 관점에서 국민을 대한 적은 없는지 범죄 피해를 당하고 슬퍼하는 피해자를 위로하고 진정으로 함께 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했는지 차분히 되짚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발생과 검거를 숫자로 인식하려는 일부의 잘못된 태도가 남아 있다면 반드시 버려야 한다"며 "범죄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생률이나 검거율의 수치에 먼저 신경이 쓰이면 경찰관으로서의 기본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억울한 상황에 대한 분노가 있어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치안서비스를 할 수 있다"며 "기계적인 일처리는 안된다. 더욱 더 공감하고 함께하는 마음이 경찰관의 마음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차장은 "같은 이야기를 조직내부 문제로 돌린다면 입직이나 계급, 승진문제를 둘러싸고 분열이나 질시, 반목을 가져오는 일들을 배격해야 한다"며 "경찰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움직이는 법집행관, 존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권위를 부여해주는 일에 서로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1964년생으로 공주사대부고와 경찰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경찰에 입문했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꼼꼼하고 치밀한 업무처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기획 분야에서 오래 근무해 경찰 행정에서 최고의 실력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대 2기 출신인 박 차장은 수석으로 졸업했다. 경찰대 출신 중 가장빨리 경정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청 마약수사과장, 경찰청 수사국, 서울 마포서장,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경찰청 혁신기획단장, 충남경찰청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등을 역임했다.
박 차장은 고향인 충남 공주 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 1월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종준이 걸어온 도전의 길, 섬김의 꿈'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으로 출판기념회를 열고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