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역사를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복원하자
21세기의 첫 봄을 맞아 역사문화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과 함께 공주-부여-논산의 백제 테마 여행을 다녀왔다.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 공주에서는 공주산성-공주박물관-곰나루터-송산리 고분, 부여에서는 부여박물관과 정림사탑-부소산성-낙화암-고란사를,
논산에 가서는 계백장군묘-은진미륵-견훤왕묘를 답사했으니 하루로는 아주 빠듯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매우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고 1천3백∼1천5백년전을
오르내리는 고색창연한 역사에 깊은 감회에 젖었었다.
요즘 KBS-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태조 왕건’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역사는 오늘의 훌륭한 거울이 되고 있다. 백제 부흥운동이
막을 내리는 ‘후삼국시대’를 마감하고 고려시대가 문을 여는 당시 상황이 오늘의 정치현실에 어쩌면 그렇게 시사하는 바가 많고 가리킴을 주는지
잠시 착각과 착시에 빠져들게 한다.
그러면 첨단 시대를 맞아서도 왜 역사는 살아 숨쉬고 그토록 가리키는 바가 많은가-.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주인공이고 사람의 체취가
물씬 풍기며 그 기쁨과 한숨, 그리고 눈물속에 흘러가기 때문이다. 역사는 이처럼 미래 사회에 좌표가 되며 버팀목이 되지만 또 하나 좋은 산업자원이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필자가 역사문화의 체취가 담겨있는 유럽을 취재해보니 엄청난 관광산업자원이 되고 있음을 보았다. 이태리 로마와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그랬고, 독일-프랑스-영국등이 그랬다. 합스부르크가 역사와 베르사이유 궁전이 그들의 자랑이었고 모차르트의 자적과 훈향이 모두 관광자원이었다.
유럽만이 아니다. 이스라엘-이집트-인도-중국-일본 모두가 역사를 자랑했고 그 역사자원으로 큰 돈을 벌고 있었다. 역사가 짧은 싱가포르는
중국 당나라 유민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당나라 민속촌을 만들어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윌리암스버그나 그랜드 캐년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백제라는 나라를 살펴보면 역사가 2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의 전신으로 만주지역에 ‘부여’라는 나라가 있었고
동쪽으로 이주가 시작되면서 고구려와 비류-온조백제를 탄생시켰다. 온조 백제만해도 기원전 18년에 태동했다.
백제는 지금의 한강과 광주-남한산성일대에서 5백년 가까이 융성한 역사를 남겼다. 당시 백제는 중국의 산뚱반도와 랴오시일대를 포함해 대마도와
일본 큐슈까지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 백제가 기력이 쇠잔해지면서 남하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공주와 부여다. 불과 2백년이 안되는 기간에 백제
역사도시 공주-부여-논산일대에 세계 어느 역사와도 견주기 어려운 자적으로 남아있다.
계백장군-3천 궁녀와 함께 백마강물로 사라진 백제 웅진-사비성 역사는 우연하게도 금강줄기를 타고 흐르고 있다. 곰나루터-공산성으로 상징되는
공주 송산리 지역에서 부여부소산-낙화암-조룡대를 거쳐 논산의 강경세도까지 이어지는 백마강 설화가 웅변을 해주는 것이다.
이제 동북아 허브공항을 노리는 영종도 신공항의 개항했다. 21세기 동북아 시대를 맞아 백제유민들의 천년 한이 서린 백제문화를 역사사랑과
문화예술로 복원하고 테마여행으로 한번 살려보자. 그리고 서울-논산/공주/부여/익산-전주/남원-광주-목포/영암/다도해-제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백제 테마 코스를 개발,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세계적 역사관광상품으로 소개하고 자랑스런 역사문화 국가로 자리매김해보자.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나라당 논산·금산지구당(현)/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