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16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임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금융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가계부채 구조개선의 일환으로 안심전환 대출을 출시해 흥행을 이끌어 내면서 연착륙에 성공, 업무추진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갈 길은 멀고 험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면서 잃어버린 국민의 '금융 신뢰'를 되찾아야 하고, 언제든 시한폭탄으로 변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금융건전성 강화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함에도,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해 경제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논리에 휘말려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지 못한 채 미래의 잠재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금융개혁 주력…'밀어붙이기식' 비판도
임 위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개혁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금융개혁회의·금융개혁추진단·금융개혁자문단 및 현장점검반을 출범시켜 '3+1' 체계 시스템을 구축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을 금융개혁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여긴 임 위원장은 그동안 적극적인 현장방문 행보를 통해 소통을 강화했다. 앞으로는 금융개혁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지난 13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지난 한 달 동안 금융개혁 추진을 위한 시스템 가동에 주력했다"면서 "이제부터 국민들의 관심은 금융개혁이 약속한대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현장점검반 운영의 첫 성과로 BC카드에 부수업무 네거티브에 대한 비조치 견서(No Action Letter)를 전달했다. 즉 BC카드가 아파트 관리비 납부를 대행하는 '전자고지결제업'을 부수업무로 할 때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카드사 부수업무 네거티브화(化)는 기존 '통신판매·여행업 등의 부수업무만 할 수 있다'라는 규제를 '중소기업 적합업종만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금융개혁 성과를 내기 위해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금융당국이 여러 가지 규제를 두고 '무조건 안 된다'는 식으로 나왔다면, 최근에는 '금융개혁과 관련된 사항은 무엇이든 빨리 하라'라며 또 다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취임 이후부터 강조해온 현장 중심 행보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금융당국이 더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임 위원장이 추진 의욕이 높은 점과 신망을 쌓으려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장 방문이나 개혁 추진 움직임이 구체적 성과로 나오려면 금융 당국 조직 자체의 혁신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추가대책 필요
임 위원장의 취임 이후 가장 큰 성과로는 안심전환대출을 꼽을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1차 판매 당시 나흘 만에 총 한도였던 20조원이 소진돼, 추가 판매에 나설 만큼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안심전환대출은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중을 높여 금융위의 당초 취지였던 '가계부채 구조개선'에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저신용자 등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안심전환대출은 원금을 함께 갚을 능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을 위한 정책으로 미열이 있는 환자한테 약을 나눠준 꼴"이라며 "응급환자(저소득층)가 누워있는 데 아까운 돈을 엉뚱한 곳에 쏟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안심전환대출로 공급된 34조원은 460조원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의 7.4%에 불과해 안심대출로 전환되지 않은 나머지 430조원의 '불안대출'은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과제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가계소득 증가율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더욱 높았다는 점, 금융권 대출 부실은 대출이 증가된 2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할 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출 급증은 2017년부터 부실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차단할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모피아(기재부 관료 출신) 출신인 임 위원장이 지나치게 기재부와 '코드 맞추기'에 연연한다는 비판은 해결해야 할 또다른 과제다.
임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인위적인 가계부채 감축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정부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방침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재부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 위원장이 부동산시장이 활성화하는 시점에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중단할 이유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건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경제활성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과연 필요할 때 금융수장으로서 기재부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많은 건 문제라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기재부와 국토교통부에서 (경기 부양책을) 밀어 붙이는 데 혼자 막을 힘도 없이 그냥 따라만 가고 있다. 기재부에 끌려 다니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고 물러난다. 가계부채 해결책이 미흡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