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기준금리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은은 당초 예상과 달리 엔저와 저유가에 따른 수출 부진 등 저조한 경기지표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진 '메르스' 변수로 금리 인하에 내몰리는 모습이다. 9월 이후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을 감안하면 이번이 어쩌면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덥썩 잡기에는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다. 가계부채가 최근 들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급증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생산 수출 소비 등을 포함해 전반적 경기부진을 들어 금리 인하쪽에 무게를 더 두는 견해들이 조금 더 많다.
5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10.9% 추락하면서 올들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그렸고, 4월 설비투자와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0.8%와 0.3% 줄어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개월 연속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 부문 마저 '메르스'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6월 첫째 주 백화점 매출액은 메르스 발생 전(5월 1~2주)보다 25% 급감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6.5%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액도 지난해 대비 7.2%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여당에서는 금리인하 압박의 고삐를 죄어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에 방문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메르스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로 소비, 관광 등 내수가 급격하게 위축돼 경제활동에 미치는 파급 영향도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제적인 면에서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고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경제적 타격을 입힌 지난 2003년 사스가 강타한 당시 당국이 복합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펼친 점을 예로 들며 "과감한 결단을 통해 국민들이 심리 안정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우회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여기에 해외 투자은행(IB)들 마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메르스 사태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메르스' 여파를 덮어두고 가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가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경기부양책 실패에 따른 비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1100조원을 넘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무작정 금리 인하 카드를 선택하기에도 부담스럽다. 지난 4월 가계대출은 765조2000억원으로 한달 새 10조1000억원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올해 안에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질 우려도 높다. 이럴 경우 한은은 수차례 위험 신호를 보낸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결국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위험부담이 큰 상황에 놓인 한은의 고심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이주열 총재의 발언에서도 고심의 깊이가 그대로 묻어났다.
이 총재는 지난 8일 열린 한은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르스 사태가 내수 경기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내가 묻고 싶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한편 이 총재를 비롯한 한은 금통위원 7명은 이날 '동향보고회의'를 갖고 경기동향과 경제 지표들을 바탕으로 심도깊은 논의를 벌였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 것으로 전해졌다. 열띤 논의를 거친 금통위원들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11일 금통위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