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여기가 명동 맞나요? 장사가 안되니 다들 죽을 맛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명동 중앙의 유네스코길. 노점상 A 씨는 "메르스가 퍼지고 나서 길거리에 관광객이 없다"며 "명동은 손님 10명 중 8명이 외국인 관광객인 상권이다. 속이 타들어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명동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 1번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관광객들 발길이 뚝 끊겼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1일부터 11일까지 한국 방문을 취소한 관광객은 9만5300명에 이른다.
떡볶이, 꼬치 등의 음식을 파는 노점들 앞이 한산했다. 평소 주말이었다면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던 곳이다.
유네스코길에는 노점들이 위치하던 자리가 덩그러니 비어 있는 경우도 보였다.
"장사가 안되니 서너 팀 안 나왔네요. 단돈 몇만원이라도 벌려면 나왔을 텐데. 얼마나 힘들면 쉬겠어요."
익명을 요구한 한 노점상은 "메르스 때문에 관광객들이 오지 않으니 이번 한 달 장사는 망친 거나 다름없다"며 "7~8월은 비가 많이 와서 길거리 노점상들에게는 비수기인데 6월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하니 큰일"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매장이 즐비한 거리에서 종업원들은 '환잉꽝린(歡迎光臨)'이 아닌 '어서 오세요'를 외쳤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이 80~90% 줄었다"며 "특히 관광객들은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매출에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또 다른 화장품 매장 직원도 "주말은 평일보다 1.5~2배 정도 손님들이 많은데, 오늘은 평일 정도"라며 "지난주 주말보다는 명동 거리가 활발해진 것 같아도 내국인들이 좀 늘었을 뿐이다. 관광객 손님은 갈수록 줄어간다"고 토로했다.
이날 명동을 찾은 쇼핑객들은 위생 관리에 여념 없는 눈치였다.
한 대형 SPA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쇼핑 중이던 연인은 "덥다", "답답하다"면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길을 걷는 시민도 보였다.
대학생 이모(26·여)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진 않지만 손을 자주 씻고 있다. 위생 수칙을 지키고 있다"며 "메르스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안다. 건강한 사람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인 교환학생 팅팅(25·여)씨는 "수업만 아니었으면 중국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팅팅씨는 "뉴스를 접한 중국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걱정한다. 중국도 사스 유행을 겪었다"며 "메르스가 얼른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