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신세계가 확보한 실탄 1조원은 어디로 향할까? 면세점 입찰 전쟁에서 고배를 마신 신세계가 와신상담끝에 다시 움직인다면 동부익스프레스와 금호산업 매각에 절대적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재계의 관심이 신세계의 다음 행보에 쏠리는 이유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세계가 3억 달러 규모 영구사채를 발행했고 삼성생명 지분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블록딜)으로 처분해 1조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업계는 확보한 자금을 위해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거나, 재무개선을 위해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는 미국의 부동산투자개발회사 사이먼사와 합작해 2007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설립했고,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오픈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신세계는 매년 7% 수준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하며 새로운 활로를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신세계는 이 자금으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룹의 모태가 된 명품관 전체를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앞세워 홍보하기도 했다.
비록 면세점에서 탈락했지만 여전히 1조원이 남아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는 21일 예비입찰이 진행되는 동부익스프레스나 본입찰 참여 경험이 있는 금호산업 등 유통채널을 보유한 업체의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인천항만 100%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65%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1% 등을 가진 회사다.
신세계가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 회사 유통망 확보는 물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50%이상 갖게 된다.
금호산업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세계는 경쟁사의 불참여부를 확인하고 철회했지만, 금호산업 본입찰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쥔 곳이다.
매매가격이 동부익스프레스 수준의 9000억원 안팎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여 신세계의 자금력이면 충분하다는 평가다.
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채권단이 실사결과를 토대로 먼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박 회장이 자금 마련이 쉬워 보이지 않는 만큼 다른 회사에게 인수 기회가 넘어올 가능성도 있다.
1조원의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세계는 2005년 AA+를 받은 이후 10년만인 지난 5월 AA로 한 단계 낮아졌다. 신세계는 그동안 신용등급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AA등급의 기업 부채비율은 50% 수준이다. 신세계의 부채비율은 122%다.
재계 관계자는 "공격적 투자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지, 내실을 다질지, 신세계의 움직임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 상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