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주주친화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도 훈풍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고, SK하이닉스(8600억원)와 제일모직(4400억원)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을 알렸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탄생하게 될 '삼성물산'은 배당성향 30%대로 확대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엘리엇' 효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을 상대로 합병 무산 시도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힘이 부각되면서 이를 옆에서 지켜본 대기업들이 과거와 사뭇 다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합병 삼성물산은 엘리엇과 혈투 과정에서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 CSR 위원회 신설 및 주주간담회 운영 등 적극적 주주친화정책·주주들과의 소통을 약속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대기업들의 잇따른 주주친화정책에 나설 경우 중장기적으로 증시 전체에 훈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SK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주주친화정책들이 계속 나온다면 개별 주가에 호재를 넘어 한국 증시에 매력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실적이 잘 안나오고, 경제 성장이 더딘 구간에서는 이런 주주친화적인 정책들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주와의 소통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고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이같은 흐름이 대기업의 자발적 주주친화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인색했던 배당 정책, 즉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타이밍이 좋지 않은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표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수세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들"이라며 "장기적인 주주친화정책 관점에서 볼 때 여론에 떠 밀려서 배당을 하는게 좋은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엘리엇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대기업들이 주주친화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은 "대기업들은 엘리엇 사태를 통해 부당하게 경영권을 승계하려 한다거나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행동을 했을 때 외국인이나 소액주주들로부터 큰 불만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대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정책이나 주주친화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